코로나 1천만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폐렴으로 공식 발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6개월이 지났지만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접종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재확산의 우려도 크다. 코로나 종식은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이다. 감염자의 30%가 무증상이고, 이들은 걸린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70%인 유증상자도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를 대거 배출하는데, 확진판정 후에 격리되어도 그 전에 이미 많은 전염을 일으킨다. 증상도 대개 발열보다는 후각이나 식욕 감퇴, 피로감 등이어서, 체온 체크만으로 감염 의심자를 바로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와의 장기 동거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독립기념일 전후로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비행기로의 이동은 줄었지만 자동차의 이동은 크게 줄지 않았다. 또 더운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리면서, 해변이 인접한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지는 지난 2일, 하루 1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일 발생자 최고치를 찍었다. 이렇게 코로나와의 장기 동거에 돌입한 우리는 역설적인 현실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올해 초 신천지교회의 집단감염으로 인해 코로나의 확산지로 낙인찍혔던 대구에서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가 15%가 늘었다. 코로나 사망자보다 2배 많은 비코로나 환자 2백여 명이 초과 사망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느라 일반 진료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로 인해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죽었다는 얘기다.  


    일산의 명지병원은 국가 지정 음압 병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해왔다. 이 병원은 코로나 음압 존(zone)을 독립 운영하면서 심근경색증, 뇌졸중 처치와 항암 치료, 투석 등 기존 필수 진료도 병행해왔다. 이렇게 훌륭한 시스템을 운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자 '코로나 병원' 으로 낙인찍혀 오히려 외래 환자가 줄면서 병원 수익이 줄어들었다. 이또한 코로나와의 공존 하에서 비롯된 예상치 못한 결과이다.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의 경우는 초기 암 발견 확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은 문을 닫고, 대면 진료가 힘들어지면서 정기검진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다. 이는 곧 초기 암 진단율과 사망률로 직결되었다. 

    최근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미대륙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3백만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았고, 브라질(125만명)이 2위를 기록했다. 페루(30만명)와 칠레(28만명), 멕시코(23만명), 콜롬비아(8만명), 에콰도르(5만명) 등에서도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 남아시아와 중동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인도의 누적 확진자는 50만명으로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이란(23만명)과 파키스탄(21만명), 터키(20만명), 사우디아라비아(18만명), 방글라데시(15만명)도 10만 선을 훌쩍 넘어섰다. 그나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유럽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택하면서 일단 확산세를 진정시켰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안정화됐고,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하루 수천명씩 보고됐던 신규 확진자가 6월 들어 수백명으로 줄었다. 이런 완화세에 각국은 약 두 달간의 봉쇄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국경을 열면 또다시 확진자가 느는 추세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극복 성공 국가로 치켜 세워졌던 한국도 등교를 5번이나 연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 되었지만, 전염병의 기세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1차 유행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반구의 경우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하는 9∼10월께 2차 유행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봉쇄 조치를 다시 시행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확산→봉쇄→완화→재확산→봉쇄라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세계는 지금 '3차 세계대전'에 참전 중이다. 상대는 바이러스다. 


    한국의 경우 한 해 평균 독감 사망자가 3천여명 정도 된다. 그런데 현재까지 한국에서 코로나 사망자는 3백명이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보다 감기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10배는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 질병센터는 지난 한 해 독감 사망자의 수를 평균 3~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6개월간 미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약 1만명 정도였다.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코로나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독감에는 예방 백신과 증상 초기에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타미플루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더욱 불편한 이유는 일상을 언제 회복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연말에 백신이 나온다는 전망도 있지만, 취소와 연기가 일상이 된 코로나 시대에는 기대를 낮추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 하다. 사람들은 일이 시작되고 끝나는 날짜를 알고 싶어 한다. 자연의 시간을 따르기보다 인간의 시간을 지정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의 대규모 접종이 가능해지려면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기다려야 한다. 현재로서는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생활 방역을 백신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힘들고 지치면 자체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자가 격리 가능한 환경을 타미플루 삼아 지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코로나와의 동거 속에서 우리의 삶을 지키고 만들어가야 한다. 백신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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