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테슬라 주가가 급격히 상승을 하면서, 다른 전기차 회사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경제동향이나 주식시장에 대해서 모르는 저 같은 사람도 자동차 회사의 가능성과 주가에 관한 질문을 받습니다. 테슬라 상승장을 놓친 분들이 다른 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질문내용도 거의 기존 업체들보다는 신생기업들에 관한 정보입니다. 전기나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관련된 기업들이 많아서 저도 모든 회사를 알지는 못합니다만, 자동차 개발 엔지니어로서의 견해만을 살짝 정리해 볼까 합니다. 21세기의 전기차들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소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배기가스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모든 차를 전기차라고 부르겠습니다.


     미국에는 휘스커(Fisker), 워크홀스(Workhorse), 루씨드(Lucid), 니콜라(Nikola) 등 선두업체인 테슬라 이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업체들이 존재합니다. 충분한 기술수준과 개발능력이 있는 회사도 있고 별 준비없이 창의적인 개념만 가지고 뛰어드는 무모한 회사도 있습니다. 이 전기차 회사들의 기술적인 당면 목표는 대충 세가지로 함축됩니다. 충전시간 단축, 주행거리 연장, 그리고 배터리가격 절감입니다. 신차 발표회에서 새 전기차를 소개하거나 아직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한 컨셉 개념의 차를 소개할 때, 안전장치와 편의장치에 대한 내용도 물론 포함되지만 소비자나 미디어의 관심은 역시 위의 세가지에 집중됩니다. 이 세가지 목표를 살펴보면 모두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교해서 단점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아직도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벽을 넘기 위한 기술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동력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전기차에서는 엔진을 대체하는 전기모터의 효율과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의 성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기모터와 무단변속기, 배터리로 구성된 동력원 부속의 수는 같은 기능의 내연기관 자동차 부속의 숫자보다 월등히 적습니다. 부품의 수가 적기 때문에 조립불량이나 부품불량으로 인한 결함발생 가능성이 낮습니다. 단축된 조립시간으로 생산 원가가 줄어들며 조립공정의 생산 자동화가 쉽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조원가도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비슷한 수준의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이유는 배터리팩의 원가가 가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같은 가격이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테슬라가 배터리 원자재 확보에까지 손을 뻗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모든 전기차 회사들도 그럴까요?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도 모두 테슬라 같은 자금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직 제대로 된 공장도 없는 전기차 회사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 회사들은 자기들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투자자를 찾고 있으며 그래서 때로 부족함을 감추고 성능을 과장합니다. 전기차가 그리 쉽게 돈을 벌어 들이는 분야였으면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진작부터 뛰어들었겠지요.


     또 우리가 기억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자동차는 동력원만으로 구성된 기계가 아닙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브레이크는 필요합니다. 도로를 달릴 때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현가장치도 필요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조향장치도 필요합니다. 더위와 추위를 맞아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온도조절 장치도 필요하고 불의의 사고시 승객을 보호할 안전장치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빨리 또 오래 달리면 뭐하겠습니까? 서야할 때 제대로 서야지요.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지요. 즉 자동차는 동력장치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존 업체에서 수천명의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개발을 하는 것은 엔진만이 아닙니다. 신생 전기차 회사는 배터리, 전기 등 에너지 분야의 전문인들뿐 아니라 자동차 공학 분야의 인력도 있어야 합니다. 후발 회사들이 이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을 단시간 내에 확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른 회사의 경력자를 스카우트하겠지만,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여도 풍부한 경험의 두터운 전문 기술진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에는 연구개발 부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효율적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기술은 연구개발과는 별도의 전문가를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세일즈와 서비스는 또 다른 분야입니다. 비용 절감과 전기차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위해 100% 온라인 판매망을 구성하여도 자동차의 보증수리는 온라인으로 불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이 전기차를 골라주고 할부금을 계산하고 배달까지 해줘도 보증수리를 위해서는 숙련된 인간 정비공이 필요합니다. 이런 모든 분야를 감당하기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신생회사들 편이 아닙니다. 이미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조금씩 전기차로 생산라인을 돌리는 중이니까요. 자동차 판매 가격은 제조원가의 영향도 받지만 사람들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됩니다. 테슬라에서 판매가격 대비 30% 마진율 수준이 가능한 이유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가격이 많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전기차 회사들이 이 수준에 오르기엔 갈 길이 아주 멉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많은 사람들이 믿으면 그것이 트렌드가 됩니다. 전기차 회사들의 주가도 그렇습니다. 정말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라 주식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것일 뿐입니다. 막 등판한 회사에 투자하려면 신중을 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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