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는 그 사회의 거울이다. 일반 광고가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한다면, 공익광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식개혁 캠페인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공익광고는 1981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 산하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이슈를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 지금까지 채택된 주제로는 밝은 사회건설, 환경, 절약 및 저축, 청소년 교육, 공중도덕, 경제안정 및 발전, 안전사고 예방, 국가적 행사 등이 있다.  어느 국가든지 공익광고는 정치색이 없고 특정 대상의 이익을 배제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국은 특별히 이런 공익광고들이 넘쳐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요즘 한국에서는 국제결혼을 한 다문화 가정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배타적인 한국사람들에게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이고 놀림감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공익광고가 나왔다. 한 직원이 아시아계 여성이 속해 있는 사무실로 커피를 들고와 즐겁게 나눠 마신다. 장면이 바뀌어 미용사가 동구권 여성인 동네 미용실에서 평범한 아줌마들이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다. 노을이 지는 학교 운동장 농구코트에서는 흑인 아이가 슛을 성공하자 다같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이 뒤따른다. 회사, 이웃, 학교 등 사회 전반에서 흔히 접하는 다문화를 인정하고, 이 또한 가치 있는 삶으로 받아들이자 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요즘은 다문화’ 라는 공익광고 내용이다. 


    이제는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반려견에 대한 문화도 공익광고로 만들어졌다. 광고는 작은 애완견 앞에 커다란 호랑이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크고 시커먼 그림자가 다가올수록 작은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점점 움츠러든다. 그러면서 무심코 내민 손길도 반려견에게는 무서울 수 있으니 큰소리를 내거나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행복한 동행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개를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펫티켓을 강조한 것이다. 또다른 펫티켓 시리즈는 ‘우리 개는 순한데’라는 광고다. 자신의 개는 절대로 난폭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다.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공익 광고도 여럿 있었다. 그 중 최근에 나온 사이버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취지로 제작된 청소년 교화 광고가 눈에 띈다. 등장 학생들이 전화기 화면을 톡톡 치면서 댓글과 악성루머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직접 당하지도 않은 한 학생이 괴로워하며 자신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는 장난으로 톡 쳤을 뿐이지만 상대는 죽을 만큼 힘들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이버 폭력을 멈추지 않으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의도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이외에도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부정청탁 금지 내용도 공익광고에 담겼다. 올바른 한글 사용에 대한 것도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큰 소리로 전화 받지 않고, 유모차를 끌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가 하면, 자기가 버린 쓰레기가 아니더라도 대신 버릴 수 있는 공공장소 예절에 관한 것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광고가 많이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지자 ‘잘될 거야, 괜찮아’라는 공익광고가 만들어졌다. 회사 사장, 식당 주인, 공장 대표 등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걱정을 하자, 회사 직원들, 착한 소비자, 좋은 임대인, 격려하는 가족들이 서로를 응원해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서 나온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또다른 공익광고는 한 명의 노력이 나비효과가 되어 코로나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는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나 한 사람이 30초 동안 손 씻기, 여행과 외출 자제하기, 사회적 거리 두기, 더워도 마스크 쓰기를 지킨다면 코로나의 확산을 방지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사회의 보편적인 이성과 양심에 호소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우리의 공익광고들은 클리오, 칸, 뉴욕 광고제 등과 같은 국제 무대에서 인기를 끌며 수상작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런 탁월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용 공익광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배고픈 시절의 내용은 필요없다. 광고 내용은 간결할수록 좋다. 한국의 잘난 점들만 집약해 만들어 보자. 수려한 문화유산, 과학적인 한글, 건강한 한식메뉴, 삼성, LG 같은 한국 대표기업, 감각 뛰어난 기성복, 재질 좋은 속옷과 양말, 효과 확실한 방역 마스크, 그리고 정확한 진단키트 자랑을 곁들여 '해외용 대한민국 공익광고'를 시리즈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알리는 통로도 중요하다. 보잘것없는 브로셔를 만드는 것보다 각 지역의 공신력 높은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시간에 싣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dealing with)하는 것이 정말 싫다”며 한국인을 “끔찍한 사람들(terrible people)”이라고 지칭했다. 이는 한국사위로 잘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인 아내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한 후 불쾌했던 심경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친구인 신조(일본 총리)와 골프 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북한 김정은과 잘 지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동맹국의 대통령과 국민을 업신여기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석상에서 내뱉고 있다니, 우리로서는 참으로 당황스럽다.  그래서 한국을 체계적으로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잘난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세계 국민들에게 꾸준히 알리다 보면, 한국의 이미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적극적인 홍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해외동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정부는 전세계가 대한민국을 동경하고 존경할 만한 해외용 공익광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방역을 선도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기에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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