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앞세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이냐. 오는 11월 3일 예정된 미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선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6개 핵심 경합주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주류 언론들도 바이든의 확실한 우세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화당은 중남부에서, 민주당은 서부와 동부 연안에서 강세를 보여왔는데, 경합주는 특정 정당이 독식하지 않는 곳으로 이곳 표심을 얻는 것이 대선 승패의 관건이다. 경합주는 플로리다,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이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 내 유명 정치전문지들의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6개 경합주 중 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3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6% 포인트 이상 앞섰고, 특히 미시간에서는 52%대 40%로 두자릿수까지 격차를 벌리며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2곳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에서도 각각 2.4% 포인트, 4.0% 포인트 차이로 바이든이 우세했다. 또, 8개 기관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50%가 훌쩍 넘어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 이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넘은 수치여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결과에 대해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후보 자체에 대한 선호도보다는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의 영향이 더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꾸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이든의 인기 비결을 트럼프와 정반대되는 행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바이든은 미국 내 많은 주에서 자택명령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외출할 때 마스크 쓴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밖에서는 솔선수범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보여주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매일 브리핑을 하며 언론 노출을 즐기는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집에서 두문불출했고, 인터뷰도 화상으로 집에서 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도 지키지 않던 트럼프를 겨냥한 이른바 ‘트럼프와 반대로 하기’ 전략이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동안에도 트럼프는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부르고, 주방위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들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이 시작된다"고 트윗해 트위터로부터 경고 를 받기도 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시위현장을 방문해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이렇게 트럼프와 반대로 행동하면서 차곡차곡 지지율을 쌓아 올린 덕분에 바이든은 전국적으로 트럼프를 앞서는 것은 물론, 특히 경합주에서도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당초 바이든은 코로나19로 선거운동 일정이 전부 취소돼 존재감이 부족하고, 열성 지지자들도 적다는 지적이 많아 당내에서도 고민했던 대선주자였지만, 그는 지금 꾸준함과 안정감을 무기로 지지율 50%를 돌파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결과는 순수히 받아들일 리 없다. 전국적으로 바이든이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여론조사는 가짜라고 비난했으며, 자신의 유세 연설 시청률을 자랑하면서 그것이 진짜 여론조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난데없이 우편투표의 비공정성을 언급하면서, ‘대선 연기론’ 을 주장하는 트윗을 올려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친정인 공화당조차도 그의 폭탄발언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트럼프의 트윗은 나온 지 9시간 만에 유야무야되면서 사실상 죽은 카드가 되었고, 대선에 대해 초조해하는 그의 모습을 들킨 결과만 낳았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대선까지 석 달이 남아있는 만큼 언제든지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대세론은 확실하지만, 트럼프를 향한 부동층 표심이 바이든의 대세론을 꺾을 수도 있다. 실지로 바이든 후보 지지자의 절반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으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80%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는 여론조사의 비정확성을 이미 겪은 바 있다. 2016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졌지만,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에도 그는 어게인 2016을 노리고 있다.


     미국 대선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정치와 경제 지표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곳에 사는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를 찍든, 바이든을 찍든 그것은 본인의 결정이다. 결코 본인에게 주어진 참정권만은 포기하지 않길 당부한다. 지금부터 두 후보의 경제, 사회, 정치, 국제관계 등에 대한 관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사석에서 자주 정부나 정권, 정치인들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둔다. 하지만 투표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들은 참견할 자격이 없다. 참정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무책임한 방관자의 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투표는 세상을 바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런 투표권 행사야말로 우리 미주 한인사회가,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이 미국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미국 정치에 당당하게 참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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