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고 있으면 죄인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한 채만 소유하고 있어도 그것이 비싼 집이면 이 또한 소유주는 죄인이 된다. 평생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 안 쓰며 모은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도 부동산 투기자로 싸잡아 오해를 받는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눈초리가 이렇다 보니, 다주택 소유자는 국민이 아니냐 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치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로 연이어 내놓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들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은 문 대통령의 주변에서부터 일어났고, 정책에 대한 불합리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청와대 다주택자 1채만 남기고 매각 권고’에 호응해 당도 같은 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게 발단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청와대 비서실장과 소속 수석 5명이 일괄적으로 사퇴했다. 사의를 표명한 수석 5명 가운데 3명이 다주택자다. 지난달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민정수석은 한 채를 처분한다면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내놨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다시 거둬들였다.

     이번 사의로 민정수석은 강남 아파트를 팔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인사수석과 시민사회수석도 수차례 처분 지시에도 여전히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무·국민소통수석은 오래전부터 교체가 거론됐다. 또 비서실장은 자신의 집 두 채 가운데 서울 반포가 아닌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면서 대통령 비서실장마저 '똘똘한 한 채'를 지켰다는 빈축을 샀다. 그러나 강남집을 지키고 청주집을 팔겠다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이러한 선택 또한 욕을 먹게 하는  분위기가 문 정부가 만든 한국사회의 현주소이다. 결국 이번 일괄 사의는 청와대 자리를 내던지고 아파트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부동산 정책을 이끌고 있는 민주당의 진성준 의원이 TV 토론회에서 “집값 떨어진다”며 정부의 정책을 지지해 놓고서는, 방송이 끝나자 녹화가 끝난 줄 알고 '그래봤자 집값 안 떨어진다'고 말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정책의 신빙성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전월세 거주 서민의 부담 경감, 내년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확대 등의 추가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권 출범 이후 23번이나 크고 작은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과열은 여전하다. 이 동네를 조이면 옆 동네가 오르고 다시 그 동네를 규제하면 그 옆 동네가 뛰는 풍선효과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3년간 서울 주택 가격은 34% 올랐고 아파트값은 52% 폭등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상승률은 24%였다. 결국 이번에도 치솟는 집값이 전세의 화려한 귀환을 부르는 결과만 낳았다. 그래놓고 이제는 또 전세를 갭투자의 원흉으로 몰고 있다. 이제 서민들은 집을 사기도, 팔기도, 전세를 얻기도 힘들어졌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은 주택 가액에 따라 3%까지, 4주택 이상인 경우에는 4%였다. 그런데 이번 주에 지방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인 경우에는 12%로 세율이 크게 올라갔다. 이 정책은 투기성 부동산 매입을 억제해서, 오르는 집값을 잡고, 서민들에게 더 많은 집을 보급하겠다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집값은 되려 두 배 이상 뛰었고, 돈 없는 서민들이 집을 마련하는 길은 더욱 멀고도 험해졌다. 비난과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월세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정부가 외국인은 방치한 채, 자국민에 대해서만 부동산거래를 규제하자,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국인이 사들인 부동산이 지난 3년간 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불균형한 제재로 인해 머지않아 중국인 집주인에게 우리 국민들이 전세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와 여당이‘집값 내려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 정책은 과속·과잉 범벅이다. 우선 부자에게 매긴 보유세는 징벌세나 다름없다. 1주택자도 비싼 집에서 30년을 살면 집을 세금으로 바치는 것이나 진배없다. 비싼 집을 산 것이 징벌받을 잘못은 아니다. 부자의 불로소득이 문제가 된다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강력한 양도차익 환수법이라도 만들어 이득을 못 보게 하면 된다. 이렇게 세금으로 집 뺏길 걱정을 해야 하는 나라를 정상 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가난해야만 국민인가, 가난한 국민은 영원히 가난해야 하나. 세금은 과잉 금지가 원칙이다. 


      그렇다고 집없는 사람들이 기뻐할 만한 정책도 아니다. 집값이 뛰니 전세를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 늘어났다. 그러니 전세도 덩달아 올라 돈 없는 사람들은 집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러니 '집값을 잡겠다'면서 쇼만 하고 있는 정부의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싶다. 이럴 땐 역발상도 필요하다. 예컨대 세입자 지원에서 집주인 지원으로 바꿔 보는 것이다. 전세를 안 올리고 10년 유지하면 양도세 감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식이다. 그런데 그런 고려는 아예 없다. 오직 “세입자는 선, 집주인은 악”이라며 부자·서민, 임대·임차인 갈라치기 뿐이다. 열심히 저축해서 집을 장만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없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속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정당하게 돈을 번 사람들도 많다. 부동산 투기자의 형태가 전부는 아니다. 집을 매입하겠다고 작심한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까지 구입할 것이다. 결국 또 피해는 서민의 몫이다. 이번 정책은 자본주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편협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만 해도 17개나 소유하고 있으며, 수많은 호텔과 주택,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이다. 현재 한국 정부의 논리라면 트럼프와 같은 재산가들은 대통령이나 공직자가 될 수 없다. 부자든, 부자가 아니든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주거권 안정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으로 양보할 것인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어디까지 제재할 것인지, 공존 가능한 틀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는 논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