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척수성 소아마비가 박멸됐다는 희소식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대륙이 소아마비로부터 자유롭다고 인증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는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마지막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보고된 지 4년 만이다. 4년은 박멸을 위한 문턱에 해당한다. 이로써 소아마비는 천연두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퇴치된 바이러스 목록에 올랐다고 WHO가 밝혔다.

    WHO는 성명에서 "정부, 기부자, 일선 보건 직원과 지역사회 등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덕분에 180만명 가까운 어린이가 평생을 불구로 만드는 마비 증세에서 건짐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소아마비 퇴치 공식 선언은 아프리카 보건 이슈에 대한 장관급 화상 컨퍼런스에서 이뤄졌다. 마침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25개월을 끌며 7천명 넘은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홍역이 대규모 면역 조치 덕에 끝났다는 발표도 함께 나왔다.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박애주의 재단을 통해 소아마비 퇴치에 거금을 기부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화상 인증식에서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감시, 면역 조치, 현장 검증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보건 인프라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소아마비는 폴리오(polio)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감염증으로 척수신경을 공격해서 되돌이킬 수 없는 수족 마비 증세를 아이들에게 일으킨다. 소아마비는 1950년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었다. 백신이 개발되었어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가난한 나라에선 형편상 구할 수가 없었다. 1988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35만 건의 발병 사례가 WHO에 집계됐고 1996년에는 아프리카에서만 7만건 이상이 보고됐다. 그러나 이례적인 글로벌 차원의 노력과 금융적 뒷받침 덕분에 올해 들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만 모두 87건의 발병사례가 보고됐다.

    금융 지원은 30년에 걸쳐 190억 달러(약 22조원) 정도가 이뤄졌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보코하람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준동 때문에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아마비 퇴치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역사회 신뢰를 얻는 전통 부족 지도자 등을 통해 홍보를 계속해 마침내 박멸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이지리아에 북동부에서 지난 수년간 소아마비 퇴치 활동에 헌신하던 20여명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희생됐다. 현재 과제는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새로운 소아마비가 건너오지 않고 아프리카 대륙 내 백신 접종이 계속 확실히 이뤄져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의료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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