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선교회 조완길 목사

    프랑스의 유산인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는 '거울의 방'이라는 유명한 방이 있다. 사실 방이라기보다는 큰 홀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 거울의 홀은 루이 14세 때 만들었는데, 거대한 열일곱 개의 창문이 정원 쪽으로 나 있고, 578개의 거울을 달아 치장하였다고 한다. 거울의 홀을 만든 목적은 주로 궁전의 행사와 외국 사신들을 접대하기 위함이었으나, 그 홀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외모보다는 내면세계를 비춰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인간은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인지할 수 있는 이성적인 존재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거울속의 자아와 이야기를 하게 되므로 거울이 인격을 담은 물건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를‘거울 단계’ 라고 한다. 심리학에“자아거울이론”이라는 용어가 있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그 모습을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해서 자아를 형성해 가는 것을 말한다. 찰스콜리는 거울 자아가 세 가지의 요소를 통해 형성된다고 했다. 먼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다음,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를 상상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평가에 따라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가는 단계이다. 그래서 거울은 인류역사와 함께 존재하면서 사람의 외면과 내면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다. 또한 거울은 종교적 실재를 반영하거나 그러한 실재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기독교에는 거울의 상징성을 가진 진리가 몇 가지 소개되고 있다. 첫째, 성경은 거울이다. 성경은 인간의 창조와 타락, 구원과 심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은 “성경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원죄 때문에 흐려진 눈을 깨끗이 하고 선한 영혼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자기 존재 안에서 하나님을 분명히 대면해야 한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을 온전히 인식할 수도 없고, 그의 삶을 통해 온전하신 하나님을 세상에 보여줄 수도 없다. 그래서 혼미한 정신세계를 방황하다가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대상을 신으로 섬기며 살아간다.

     그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우상이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셨던 이스라엘 민족도 우상을 숭배했다. 하나님은 그들의 범법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율법과 성막 제도를 거울로 주셨다. 그들은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의 죄를 보며 하나님께 속죄의 제사를 드려야 했다. 그러나 그 계명의 거울은 이스라엘 여인들이 사용하던 청동으로 만든 거울과 같아서 용서와 구원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구원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신약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성경을 읽을 때에 불신과 불순종의 수건이 그 마음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고후3:15). 죄악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구원의 확신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에게 희망이 있다면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것이다(엡2:8). 성경은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13:12)고 했다. 오직 주님이 주시는 은혜만이 마음의 거울을 깨끗하게 하고, 시각의 변화를 체험하게 한다. 불평이 감사로, 미움이 사랑으로, 불행이 행복으로 인격 속에, 언어 속에 그리고 삶 속에 스며들어오는 것이다. 둘째, 역사는 거울이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둘째, 역사는 과거의 역사적 인물을 통해 지혜와 교육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 역사는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넷째, 역사는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섯째, 역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독교 역사는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삶의 기록이다. 거울이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듯이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흥망성쇠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지도자들의 부끄러운 허물까지도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다. 바울은 문제가 많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이스라엘 민족의 불순종과 심판의 역사를 거울삼아서 그들과 같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어리석은 자들이 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전10:6-11). 그러나 그들은 말씀을 순종하지 않으므로 멸망했으나, 바울을 핍박하던 이스라엘 민족은 과거에 불행했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2000여 년 동안 나라를 잃고 방황하던 현실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얻은 후에,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서 1948년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립 국가를 세웠다. 이스라엘과 유사한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미래의 세대에 거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고 그것을 배우는 것은 역사를 통해 과거의 실패와 비참한 삶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은 자기가 보는 것에 의해서 규정되어 진다. 내가 보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면 나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보는 것을 형상화 할 수 있다(히11:1). 그러므로 진리의 말씀과 바른 역사의 거울을 통해 내면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 받고, 높은 자존감을 갖자. 그 삶이 또 다른 거울이 되어 이웃과 민족의 정체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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