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꿈밖에 없었네"('위 아 불릿프루프 : 디 이터널')라 노래하던 일곱 소년이 세계 팝 시장 정점에 섰다. 한국의 중소 기획사 출신 아이돌로 출발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일면 기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빌보드에서 탄생시킨 기록들은 차곡차곡 성장해 온 현지 팬덤의 기세와 규모가 비등점을 넘어 수치로 분출된 것에 가깝다. 빌보드 스태프도 "방탄소년단의 1위는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 '아미' 모은 비결은 진정성

    방탄소년단이 초기 해외 팬을 끌어모은 동력으로는 흔히 유튜브와 SNS가 꼽힌다. 화려하고 격렬한 퍼포먼스, SNS에서 다량의 콘텐츠를 쏟아내며 친근하게 팬들과 소통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준 것 등이 해외 팬들을 매료시켰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들이 해외 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한류 축제 '케이콘(KCON) 2014 LA' 무대다. 그러나 결국 코어 팬층을 쌓고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으로 확장한 동력은 음악과 메시지의 힘이었다.

    작사·작곡에 활발히 참여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자신들이 그때그때 고민하는 문제와 성장의 궤적을 앨범 콘셉트와 가사에 담는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우상'이나 추상적 콘셉트를 입은 '퍼포머'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동세대로 팬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래서 방탄소년단 팬 '아미'가 말하는 이들의 매력은 '진정성'으로 수렴되며, 이는 다시 팬들의 몰입도와 결집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 풀뿌리 팬덤 확장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열기가 지반 위로 분출된 계기는 2015년 12월 '화양연화 파트.2' 앨범을 171위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처음 진입시키면서다. SNS에서 끓어오르던 인기는 방탄소년단이 2017년 5월 미국 3대 음악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에 초청받으며 현실 무대로 나오게 된다. 방탄소년단은 당시 저스틴 비버가 6년간 내리 수상했던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넘겨받으며 주류 팝 시장에 존재감을 알렸고, 이는 미국 내에서 방탄소년단 팬층이 가시화하고 크게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앨범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단계적으로 팬덤을 확장해 왔다. 이들의 인기가 단발성이 아니라 풀뿌리에 탄탄히 구축됐다는 근거다. 뉴욕 시티필드, 런던 웸블리 등 정점의 팝 아티스트가 서는 공연장을 밟아 나간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는 이들의 거대 팬덤을 눈으로 확인시키기도 했다. 이제 눈길은 방탄소년단이 미 대중음악계의 보수성을 뚫고 그래미 어워즈에 입성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멤버들은 그래미 단독 무대와 노미네이션 등에 대한 바람을 밝히며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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