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세계 2위·스페인)이 지난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1위)를 3대0(6-0 6-2 7-5)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간은 2시간 41분. 올해 남에게 져본 적 없는 조코비치가 나달 앞에선 무기력했다. 나달은 1200번째 프로 경기에서 프랑스 오픈 통산 100승을 달성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상금은 160만유로(약 21억원). 이 대회 누적 상금이 약 2400만달러(약 276억원)인 그는 20년간 투어 통산 상금(1억2300만달러)의 20%가량을 벌었다. 2005년 치렁한 곱슬머리로 처음 우승했던 만 19세 소년이 머리숱 휑한 30대 베테랑으로 변했지만, 13번째 우승도 아이처럼 기뻐했고 트로피를 들곤 눈물까지 보였다. “프랑스 오픈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이곳의 코트와 잊지 못할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왔어요.” 나달과 56번째로 겨룬 조코비치로선 허망한 결과였다. 나달은 지금껏 이 대회에서 단 두 번 졌는데, 그중 한 명이 2015년의 조코비치다(2009년 승리한 로빈 소더링은 은퇴). 조코비치가 상대 전적(29승26패)을 앞섰다.


     최근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도 나달을 이겼다. 6월에서 10월로 연기된 일정, 춥고 습한 파리의 날씨(나달의 포핸드 바운스가 작년보다 10cm가량 덜 튀었다), 올해 조코비치가 무패 행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엔 해볼 만했다.  나달의 철벽 수비는 역대 최고로 정평난 조코비치의 양손 백핸드를 봉쇄했다. 조코비치가 대회 첫 경기부터 집요하게 연마해왔던 네트 앞 드롭샷도 나달에겐 역공 기회였다.  조코비치가 벽을 뚫으려 스트로크에 힘을 실을수록 실수가 쏟아졌다(범실 조코비치 54개, 나달 14개).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39·스위스·4위)의 2008년 결승전(6-1 6-3 6-0 나달 승)보다는 잘한 것으로 위안 삼았다. 조코비치는“나달의 리듬을 깨려고 내 모든 것을 다 해봤지만 그의 수준 높은 테니스에 압도당했어요. 나달이 클레이의 왕인 이유를 피부로 느꼈어요.”라고 전했다. BBC 해설진은“오늘은 조코비치가 쌍둥이로 뛰었어도 나달에게 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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