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동안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나훈아 쇼였다. 비대면 콘서트였지만 역시 ‘가황’이라는 명망이 어울릴 정도로 그의 무대는 스케일부터가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얘기는 며칠이 지나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며 감동을 이어갔다. 이처럼 나훈아쇼는 훈훈하게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를 두고 정치공방이 오가기 시작했다. 나훈아가 공연 도중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만들어냈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이 발언을 갖고 여야는 서로 발끈하기 시작했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했고, 여권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민주주의를 말한 것이며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맞섰다. 나훈아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방탄소년단(BTS, 이하 방탄)도 정치권의 화두로 올랐다. 나훈아의 발언에 대해 여야 모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더니, 이제는 방탄을 두고 여야 모두 병역 특례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치 이슈로 소환한 것이다. 방탄 멤버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뜬금없이 정치권에서 이를 들고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가만히 있는 나훈아와 방탄소년단을 정쟁의 소재로 삼은 정치계를 비난하며 ‘제발 그냥 좀 놔둬라’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훈아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라고 한다면, 방탄은 세계적인 가수다.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방탄은 미국내 모든 유명 시상식에 초대를 받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곡을 내놓자마자 빌보드 차트 1, 2위를 동시에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 인해 단숨에 2조원의 파급효과를 가져왔고 향후 10년간 60조원, 한 해 약 6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로 대기업 이상 가는 기여도를 인정받고 있다. 또, 유엔은 방탄을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연사로 초청하는가 하면 세계 언론들도 연일 방탄에 대한 극찬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린 방탄의 온라인 콘서트에는 191개 지역에서 무려 99만명이 시청했다. 즉 매일매일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 가고 있는 방탄은 지금까지 한국이 배출한 가장 세계적인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인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병역의 의무이다. 매번 잘나갈 때마다 병역에 발목 잡혀왔던 것이 대한민국 연예인들의 현실이다. 이렇게 잘나가고 있는 방탄의 멤버들이 군대를 가야하는 나이가 되면서 이들의 병역 의무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방탄에게 병역 특혜를 줘야 한다, 안된다 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산업기술인력이나 전문연구인력, 예술인, 체육인들에게는 병역특혜가 실시되고 있지만 유독 대중문화를 하는 연예인들에 대해서만 적용이 안 된다. 


     대중가수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오랫동안 딴따라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 딴따라로 인해 우리가 받아온 위로의 세월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중문화 예술의 한 장르임이 분명하다. 그 딴따라가 한류를 만들어냈고, 한류는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 정치적으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금 방탄소년단이 서 있다. 필자는 솔직히 방탄의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아이들로 인해 실감할 수 있다. 한번도 한국 연예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큰아이가 학교 친구들이 방탄의 노래를 듣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에서 병역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역의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방탄의 병역 특례를 먼저 꺼낸 여당 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방탄을 포함한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국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탄의 한명한명이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흐름을 끊어버린다는 것은 국익에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병역의 의무도 다하고, 방탄의 활동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공적심사위원회 같은 부서를 신설해 특례 여부를 가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한다면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면 독도 홍보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지금의 군체제로 독도경비대에 배속하기가 힘들다면, 국가 차원에서 조정을 하면 되는 일이다. 일주일이라도 방탄이 독도를 지킨다면 그에 대한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가수 활동을 허락하는 대신 병역의무 기간 동안에는 독도 홍보곡을 만들어 부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50년 넘게 역사를 왜곡하며, 독도를 국제재판소에 세우겠다는 일본의 막말에도 마침표를 찍어줄 시간이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면제보다는 국익을 위한 특례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 한류의 대표가 방탄이고, 한류가 결국 미래전략산업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제외하고 다른 분야는 병역 특례가 되는데 대중문화 분야만 안 된다고 하면 병역제도의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최고의 몸값을 올리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도 군복무 대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고, 2002년 월드컵 때는 고작 1분을 뛰고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도 있다. 방탄에게 병역 특혜를 못 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병역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구태여 정치권에서 특례라는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인들을 정치 쇼에 이용하는 것도 자제되어야 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성을 단합시켜준 나훈아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방탄을 한국 정치인들이 먼저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 조용히, 조심스레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을 위한 것이다. 특히 방탄의 병역 의무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에서 검토된다면 국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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