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개표가 시작된 선거 당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도 잠깐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든 후보가 역전을 거듭하며 압도적 득표수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대선 개표가 시작된 지 사흘만인 지난 7일 바이든 후보는 대선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샤이’ 트럼프도 많았지만 ‘안티’ 트럼프의 위력이 더 강했음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번 대선은 여러 기록을 창출했다. 바이든 후보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7,500만표를 넘기며 종전 최고 기록인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기록(6,759만표)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승리를 하지 못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7108만표나 얻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지만 결국 역대 최다 득표 탈락자가 되었다. 그의 패배 선언이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당선인 확정 발표가 났지만 현재까지도 대선 결과에 불복해 패배 선언이 아니라 소송 선언만 남발하고 있다.  승자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 개표 이틀째, 패색이 짙어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조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당선 주장은 나도 할 수 있다, 법적인 절차가 지금 시작되고 있다”고 올렸다. 그는 이날 하루에만 10여개의 트윗글을 쏟아내며 선거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개표 사흘째 되는 날에도 그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며, 바이든을 향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연속 트위터에 선거에 문제가 있고, 도둑맞은 선거라면서 불복 의지를 이어갔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 주장이 계속 올라오자 트위터 측에서 그의 글에 경고 딱지를 붙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로써 그는 12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불법성을 호소하며 개표 중지와 자신이 승리자라면서 마지막까지 저항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유권자 사기와 개표과정의 투명성, 우편투표 마감 시점에 관한 것이다. 즉 유권자들이 조작되었으며, 개표 현장에 참관인을 못 들어가게 해 투명성을 지키지 못했고, 대선투표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진행되었다. 비록 미국의 선거제도가 승자독식제라는 비합리적인 제도라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이 제도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지금의 선거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자국의 선거 제도와 개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의 존엄을 폄훼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전통을 스스로 훼손하는 불명예스런 행동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더더욱 삼가해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선은 늘 큰 표차이로 결정나진 않았다. 2000년 대선에도 그랬다. 1888년 클리블랜드 이후 112년 만에 득표율에서 앞선 후보가 패배한 선거였다. 민주당 엘 고어 후보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보다 50만표가 앞섰지만 캘리포니아 주에서 고작 5백여표 차로 밀려 선거인단을 뺏겼다. 끝까지 법적 투쟁을 할 수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며 승복했다. 그리고 하나되는 미국을 외치며 패배를 인정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전국 득표율에서 트럼프보다 3백만표를 더 받았지만, 득표율과 관계없이 각주의 선거인단 270명 확보자가 당선되는 선거제도에 따라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트럼프가 위대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며 우아하게 패배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떼를 쓰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이제 정당성이 없는 트럼프에게서 언론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사위, 아내 멜라니아 여사까지 패배 인정을 하라는 노선에 합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은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그는 대통령으로 행동하기보다 개인적 선호와 탐욕에 의한 통치를 했고 독립 기관들의 자율성을 침해했다.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분열과 적대를 부추기고,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며 반대자를 서슴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선거 전부터 분열되었지만, 그의 불복으로 인해 미국은 최악의 상황으로 쪼개지고 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총까지 들고나와 서로 대치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민주주의는 항상 완성된 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 가치를 지켜내고자 애써야 하는 체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민주주의는 방심하면 언제라도 후퇴할 수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개표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이라도 상대 후보가 과반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 연설을 해왔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를 가장 명예롭게 마무리 하는 절차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를 격려하는 모습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힘이다. 미국은 전 세계 많은 국가에 늘 특별한 존재였다. 세계 제1 경제 대국이고 군사 강국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의 모범 국가였고 그 가치의 수호자였다. 특히 한국에게 미국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땅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미국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어느 나라도 미국의 민주주의를 정당하게 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4년간 미국은 바이든의 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트럼프의 손에 달려 있다. 지지자들 앞에서 차기 대통령과 미국을 위해 단합해 달라는 패배 선언이 극으로 치닫는 국민 분열을 그나마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패배를 받아들이고 미국이 존경받는 나라, 강건한 나라, 민주주의의 정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남아있는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패배가 영광으로 바뀌는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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