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 여성 3명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지난 주말 영 김(57·한국명 김영옥)  공화당 후보가 근소한 표 차로 당선을 공식화했다. 김 당선인은 앞서 당선을 확정 지은 캘리포니아주 제48 선거구의 공화당 소속 미셸 박 스틸(65·한국명 박은주), 워싱턴주 제10선거구의 민주당 소속 메릴린 스트리클런드(58·한국명 순자) 당선인과 함께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 하원에 입성하게 됐다. 이로써 재선에 성공한 뉴저지주 제3 선거구의 민주당 소속 앤디 김(38) 의원을 합하면 한국계 의원 4명이 117대 하원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현재 미 하원에는 총 435명의 하원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재미교포 최초로 199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김창준 전 의원이 정치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미 주류 정치권에서 한인 사회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동안 주 상하원의원이나 시의원이 몇 명 배출되기는 했으나, 이민 1세대들은 영어 능력이 떨어지고 사고방식도 한국적이어서 주류 정치권 진입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민 2세대들부터 주류 사회의 정점인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창준에 이어 2018년 한국계 앤디 김이 연방 하원의원의 맥을 이었고,  2년뒤인 오늘 3명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한인사회 권익을 신장해야 한다고 부르짖어 왔던 한인 정치 인권 운동가 혹은 대한민국 외교관들은 입버릇처럼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미국에서 계속 거주할 의지가 있는 한인들은 영주권만 고집하기보다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서 미국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입지를 세울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4명의 한국계 의원의 탄생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하다. 세계적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인기 걸그룹인 블랙핑크 멤버들의 얼굴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투표 의상’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의상에는 블랙핑크 멤버 4명의 얼굴과 함께 ‘신 사탕’이라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올해 초 서로 컬러버레이션한 노래 제목인 ‘Sour Candy’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레이디 가가가 미국 내 한인사회에 바이든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을 닷새 앞두고 한국 언론에 기고문을 보내 주한 미군 철수 협박은 없을 것이라 약속하면서 재미 한인들을 직접 겨냥한 고품질의 건강보험, 수준 높은 교육 방안 등 맞춤형 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한인사회가 미국 대선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연설 직후 맞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에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는 한국을 '혈맹', '친구'라며 각별한 마음을 표시해온 바이든 당선인이 미군 참전용사의 뜻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의 관계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에 한인 전문가들이 최소한 13명 포함돼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런 친한파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연방 하원 당선인 네 명 중 세 명이 여성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 김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당선인은 캘리포니아 제39 선거구 선거에서 현역인 민주당 길 시스네로스 의원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초접전의 승부가 벌어진 탓에 지난 3일 선거 이후 확정까지 열흘이 걸렸다.  김 당선인이 17만2406표, 시스네로스 의원이 16만8245표로 불과 4161표 차이였다. 2년 전 선거에서 김 당선인은 3495표 차이로 시스네로스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었다. 13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김 당선인은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의 아시아 정책보좌관으로 21년간 활동했으며, 네 자녀의 엄마여서 대표적인 워킹맘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캘리포니아주 제48선거구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미셀 박 스틸 당선인도 현역인 할리 루다 의원을 접전 끝에 물리치고 당선됐다. 스틸 당선인이 19만9760표, 루다 의원이 19만2012표를 얻어 불과 7748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런 근소한 표 차이로 인해 스틸 당선인도 선거 후 개표에만 일주일이 걸렸다. 옷 장사를 하던 엄마가 영어를 못해 세금 폭탄을 맞았던 경험은 그에게 납세자들을 대변하고 싶다는 정치 입문의 동기를 부여했다고 한다. 그동안 스틸 당선인은 지역 정치에 참여해 LA시 소방감독위원, 공항감독위원,  아동복지국감독위원, 한·미 공화당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2004년에는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자문위원을 지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공동 자문위원장이었다. 워싱턴주 제10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당선인은 주한미군 출신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서울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에 이어 타코마 시장을 지내며 정치권에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는 대략 2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숫자로는 소수지만, 워낙 교육열이 높고 성실해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 곳곳에서 한국계 인재들의 약진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반갑다. 특히 이 세 명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소수민족의 구성원으로서 평탄하지 않았던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활약은 ‘인종 용광로’인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재확인하는 상징이자 한미간의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한인사회 역사의 새 주인공으로 우뚝 설 은주, 순자, 영옥씨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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