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리 업체 KS Automotive 신영수 대표

    처음 미국에 왔던 2002년,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쇼핑매장은 토이저러스(Toys R Us) 였습니다. 엄청나게 넒은 공간에 모든 연령의 아이들을 위한 온갖 종류의 장남감이 가득한 매장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곳에 가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구경을 하고 작동시켜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이제 토이저러스는 주변에 없습니다. 2017년에 챕터11 파산신청을 하여 2018년에 완전히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매출이 줄어 결국 파산까지 몰린 것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 등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경쟁자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경쟁자는 다름아닌 휴대폰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디지털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예전처럼 놀이터에 또는 집안에 모여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습니다. 이제 코로나 팬대믹으로 한데 모여서 함께 노는 아이들 놀이 문화가 더 많이 사라졌지만 그 트렌드는 토이저러스 파산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토이저러스가 경쟁자의 영역 확장과 발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어도 세상이 변하는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자동차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판매량이 치솟고 시장 점유율이 늘어갑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간신히 유지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 전기자동차 판매만 현저히 상승세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전기자동차들의 증가는 당연히 환경적 측면의 장점이 존재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또 한가지의 유익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능과의 조화입니다. 배터리 전원과 전기 모터로 제어되는 전기자동차의 거동은 내연기관에 의해 조정되는 일반자동차에 비교하면 훨씬 더 정밀하고 신속한 제어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개발된 자율주행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자동차가 월등히 유리합니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의 연구는 모든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을 포함하여 신생기업 및 주요 플랫폼 회사들까지 앞다투어 진행하는 분야입니다. 2020년 11월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운전자를 동승하고 도로상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회사는 59개 업체, 아예 운전자도 없이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는 업체도 이미 5개 회사가 있습니다. 업계에서 기대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간의 과실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방지하여 인간을 보호하고 전체적인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으며, 스스로 운전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수단이 됩니다.

 

     상업용 대량 운송에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고 사람처럼 휴식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발달된 보조장치만 있으면 인간 운전자가 적응하지 못하는 악천후에도 안전한 운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장래성과 그 활용 영역이 충분히 넓기에 자동차, 통신, 반도체,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들어 그 표준과 적용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중입니다.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입니다. 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산업 표준 선정으로 거두어 들일 로열티나, 핵심부품 및 기술 판매로 인한 이익, 그리고 개발중 수집한 운전자와 도로 데이터 등은 큰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년에 오십만대 밖에 만들어 내지 못하는 테슬라가 천만대 이상을 만들어내는 토요타보다 회사 값어치가 높은 이유는 투자자들이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더 높게 평가하고 그 성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가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자동차의 성공과 보급은 차량 소유보다 대여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항상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철저히 관리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주 각 개인들이 시기 적절하게 모든 조치를 취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잊어버리기도 하겠지요. 따라서 자동차를 기업이 소유하고 개인이 필요한 때에 언제든지 이를 사용하는 형태로 운송산업 자체가 방향 전환을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또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불필요한 상황에서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지금보다는 덜 만족스럽지 않을까요? IKEA가 조립식 가구로 성공한 이유는 평범한 가구에 자기 노력이 가미된 것이 고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내손으로 조립하여 나의 노력과 정성이 가구의 완성에 기여한 것이 만족스럽고 기쁩니다. 이에 내가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는 나의 애마(愛馬)라기 보다는 우버나, 리프트를 타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비약하자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금과 달라져 마치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을 보듯이 변할 것입니다. 이런 예측이 맞아 떨어진다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급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을 상대로한 자동차 판매를 축소시킬 것이며 반면에 제조사와 운송기업들 간의 대규모 거래가 늘어날 것입니다. 대규모 식품 유통 업체들이 계약에 의해 농작물을 전매하듯이 플랫폼 기업이나 운송업체가 자동차 제조사를 거의 소유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러 기업들이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개발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경쟁자입니다. 1등 업체에게는 무궁한 이윤을 낳는 쾌거가 되겠으나 앞서 나가지 못한 기업들에겐 궁극적으로 시장을 축소시키는 행위에 참여하는,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개발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 이루어 낼 것이 틀림없는 트랜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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