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로스쿨의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세계 최고 석학들이 모인 하버드 법대의 교수가 이런 논문을 떳떳하게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의 논문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기술했다.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들이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매춘에 나섰다면서 이른바 ‘게임이론’의 틀로 이를 설명했다. 이 계약에 따라 일본군 위안소 매춘부는 통상보다 짧은 1∼2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고액의 선지급금을 받았다는 게 램지어 교수의 핵심 논지다. 그런데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핵심 근거로 인용한 공평한 계약 사례는 중국 상하이 소재 위안소에 근무할 일본인 여성들을 모집하기 위한 표준 계약서였다. 그는 이 계약서를 근거로 태평양전쟁 당시 동원된 조선인 위안부들도 같은 조건의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는 논문에서 조선인 위안부와 계약한 진짜 계약서를 한 건도 제시하지 못했다. 두번째,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은 자료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자기 맘대로 인용구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대학에서 간단한 숙제를 제출할 때에도 인용 사이트는 명확해야 한다. 하물며 하버드 대학교의 로스쿨 교수라는 사람이 사용한 인용 사이트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자기가 원하는 논문을 완성시키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고 문옥주 할머니 증언의 일부만 선택적으로 인용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발간된 문 할머니의 증언집에서는 납치당해 위안소로 끌려갔고,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강압에 의해 성노예 생활을 했다는 증언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문 할머니가 위안소에서 팁으로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시내에 나가 귀금속을 쇼핑하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했다고 증언한 일부만 언급했다. 또, 그 내용의 진위가 불분명한 한낱 블로그를 인용출처로 명시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익명의 블로그를 역사 연구에서 인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완전한 맥락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원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익명 블로그의 단편적인 내용만을 인용했다는 것은 하버드 석학의 논문이라 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


     세번째, 이 논문이 그냥 논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표될 수도 있고, 학술지에 기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논문은 굉장한 힘을 갖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것이고, 잘못된 정보가 세계 각국으로 퍼져, 기정사실화 되는 위험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이 논문은 1993년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와도 분명 배치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램지어의 막말과 역사왜곡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일본 입장에서 역사 왜곡에 동참했다. 지난해 11월, 국제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SSRN(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 에 따르면 램지어는 ‘사회자본과 기회주의적 리더십의 문제점’이라는 논문에서, 일본사회에서 재일교포의 차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조선인은 덧셈과 뺄셈도 하지 못하는 하급 노동자였으며, 일본사회에 동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일본인과 갈등을 빚었고, 일본인 집주인들은 조선인 세입자를 피했다고 기술했다. 여기에 “조선인은 불결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또, 2016년에 발표된 '자경단'이라는 그의 논문에서는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조선인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했다.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인냥 기술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월, 램지어는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은 말도 안 된다며, 징용은 조선인들에게 행운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21세기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아니라 100년 전 일본제국의 대학 교수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23년간 근무했다. 18세까지 일본에서 자라 일본어에 능통해, 대학내에서 그의 공식 직함은 ‘일본법 연구 미쓰비시 교수’이다. 그가 일본 기업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는 연구자라는 의미이다. 또 그는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旭日章) 6가지 중 3번째인 욱일중수장을 수상했다. 참고로 이는 해외에 일본 문화를 알린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이번 논란은 국제 학술지인 <국제법· 경제리뷰>가 3월호에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2주전 초록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문제가 커지가 학술지는 일단 해당 논문 게재를 보류한 상태이다. 그리고 동료 하버드대 교수들도 램지어의 논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검증에 참여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그의 논문은 윤리적으로 수치스럽고, 이 논문의 가장 큰 문제는 증거가 없어서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는 잘못을 인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또, 하버드대 총장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학문적 자유에 포함된다며 그를 두둔했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를 일부러 오독했으며,맥락과 다르게 묘사하고 핵심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 학문적 진실성을 위반했다. 즉, 이는 ‘학문적 자유’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다. 때문에 이 논문은 학술지 게재를 보류할 것이 아니라, 무산되어야 한다. 내용의 수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철회되어야 한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으로 시끄러운지 2주가 지났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수수방관 중이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 2명은 되려 미국 언론에 램지어를 두둔하는 글까지 기고했다고 한다. 만약 한국이 부강한 나라였으면 램지어 교수가 저토록 계속해서 한국인을 멸시하는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전세계에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만행을 알려야 마땅하다. 미주 한인사회 또한 한마음 한뜻으로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와 폐기를,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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