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남장을 한 채 살아 온 이집트 여성이 있다. 홀로 딸을 키우며 벌이가 필요했지만, 여성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자 스스로 남자로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8일 교도통신은 이집트 룩소르의 버스터미널에서 구두닦이를 하는 시사 아부다우(70)의 사연을 전했다. 시사는 평소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남성용 이집트 민족의상을 입는다. 교도통신은 "여기에 한 손에 담배까지 들면 언뜻 남성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가 구두 한 켤레를 닦고 받는 돈은 2 이집트 파운드(약 145원)다. 남장을 한 채 온종일 일해 우리 돈으로 몇천원 수준을 번다. 그도 젊은 시절엔 평범한 여성이었다. 스무살에 결혼해 딸도 하나 뒀다. 하지만 3년 뒤 남편이 심장발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시사의 삶은 달라졌다. 당장 어린 딸을 키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재혼을 하자니 딸이 학대당할까 염려됐다. 가정 폭력이 만연한 현지 사정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사가 남편을 잃었던 47년 전만 해도 보수적인 이집트에서 여성이 바깥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시사가 택한 건 남장이었다. 남자 옷을 입고 남편처럼 건축 현장에 나가 벽돌을 만드는 일을 했다. 시사가 남성이 아님을 눈치챈 동료들도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뒤 못 본 척 눈감았다고 한다. 그렇게 건축 현장에서 일하며 딸을 결혼까지 시켰지만 시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농장에서 대추야자 기르는 일을 하다 20여 년 전부터 버스정류장에서 구두닦이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본의 아니게 남장을 하고 일한 반세기 동안 이집트의 문화도 많이 변했다. 요즘은 정부가 나서서 여성 노동을 장려한다. 시사도 2015년 '일하는 여성의 대표'로 뽑혀 표창을 받았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시사를 만나 '위대한 어머니'라며 치켜세워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지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20%에 불과하고, 여성 노동자의 수입은 남성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교도통신은 "성 평등 지표에서 이집트는 153개국 중 134위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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