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동성 결합을 인정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5일(현지시간) 가톨릭교회가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가톨릭 사제가 동성 결합에 축복을 내릴 수 있는지를 묻는 여러 교구의 질의에 "안된다"고 회답한 것이다. 동성 결합과 같이 결혼이라는 테두리 밖의 성행위가 수반되는 관계에 대해서는, 비록 그 관계가 안정적이라 할지라도 축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앙교리성은 신앙과 윤리 도덕에 대한 교리를 증진·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교황청 한 부처다.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뤄지는 것으로, 동성 결합 또는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동성 간의 성적 행위도 금지한다. 신앙교리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러한 유권해석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이는 부당한 차별이 아닌, 혼인성사 예식 및 그 축복과 관련한 진리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성애 성향을 가졌다 하더라도 주님의 뜻에 따라 신의를 갖고 살 의지를 드러내 보이는 사람을 축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동성애자의 인간적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되며 이들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성 결합 및 결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앞서 미국과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사제가 동성 결합을 축복해주는 사례가 나오면서 교계에서 논란이 됐다. 옹호자들은 이참에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보수파는 관행으로 굳어지기 전에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논란이 지속하자 교황청이 직접 나서서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교계 일각에서는 교황청의 이번 유권해석에 아쉽다는 반응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혁 성향의 독일 교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엘튼 존(74)도 강한 톤으로 교황청을 비판했다. 그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내가 데이비드와의 결혼으로 행복을 찾은 것을 기리는 영화 '로켓맨'에 투자해서 행복하게 수익을 올리면서 어떻게 동성 결혼이 죄라며 축복을 거부할 수 있나"라는 글을 올리고 그 옆에 '#hypocrisy'(위선)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동성애자인 엘튼 존은 20여년 간 동거해온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퍼니시(59)와 2014년 결혼했으며, 2019년에는 그와 함께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로켓맨'을 제작·개봉했다. 교황청은 수익 사업의 하나로 이 영화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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