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일본의 역사 왜곡에 시달려 오던 한국이 이번에는 중국의 문화 왜곡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한복에 이어 김치와 쌈, 삼계탕까지 자기들 것인냥 둔갑시키고 있다.  小偷国, 최근 중국 SNS에서 자주 보이는 이 단어는 도둑국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일부 SNS 이용자들이 한국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한복도 김치도 자기네 문화인데 한국이 훔쳐 갔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채소 발효식품이다. 일본도 김치는 한국의 것이라는데는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은 최근 김치를 두고 자국의 음식인 파오차이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치와 파오차이는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고 만드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파오차이는 채소를 즉석에서 절여서 만드는 음식이다. 오히려 따지고 보면 파오차이는 일본의 츠케모노와 비슷하다. 한국의 김치는 세계 김치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삼국시대에도 있었다. 그러나 김치 자체는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없다. 세계문화유산은 김치나 파오차이가 아니라 김장 기술이며, 김치와 파오차이의 제작법은 국제표준이나 국제식품규격에 각각 등록되었다. 고작 배추와 같은 재료 하나가 비슷하다고 해서 김치의 전체를 도둑질 하려는 심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보통 김치와 불고기, 비빔밥을 꼽는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한국인의 정서상 가장 한국적인 음식은 상추쌈이다. 그런데 중국은 쌈도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되었다. 영상에는 할머니, 엄마, 손녀가 삼겹살을 굽고, 고추와 마늘을 올린 후 상추쌈을 싸서 먹으면서, 쌈을 중국의 전통음식이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전통이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할머니가 손녀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손녀가 할머니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추쌈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 예전부터 농부의 밥상은 물론이고 궁궐 대왕대비의 수라상에도 올랐으니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상추쌈을 즐겼다. 숙종 때의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조선 사람은 커다란 잎사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쌈으로 싸 먹는다고 했다. 상추를 비롯해 호박잎, 배추, 깻잎과 곰취는 물론이고 미나리, 쑥갓과 콩잎으로도, 김과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초로도 쌈을 싸서 먹을 정도로 유별나게 쌈을 좋아한다. 이렇게 쌈을 좋아했으니 우리 상추쌈은 중국에까지 소문이 났다. 몽골의 침입으로 원나라에 끌려간 고려 사람들이 텃밭에다 상추를 심어 쌈을 싸 먹으며 고향의 맛으로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이런 고려인들이 상추쌈을 먹는 모습을 보고 몽골인과 중국인들이 따라 먹었다. 16세기 명나라 때 환관인 유약우가 쓴 명궁사라는 책에 고기와 생강, 파, 마늘 등을 넣고 상추에다 밥을 싸서 먹는데 이는 요동 지역의 풍속이라고 했으니, 상추쌈을 한식 세계화의 선구적 음식으로 보는 이유다. 한복은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는 단연코 한민족의 고유 의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명제에도 중국이 끼어들었다. 요즘 중국은 게임내 아이템을 교묘하게 개발해 한국의 것을 마치 중국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었던 중국 게임 개발사인 페이퍼게임즈는 올해 초 자사가 개발한 옷입히기 게임인‘샤이닝 니케’에 한복 아이템을 추가했다가 ‘한복은 중국 고유 의상인 한푸와 같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에 아이템을 삭제하는 등 역사 왜곡에 동조했고, 아예 서비스까지 철회시켰다.   


    중국은 한국의 삼계탕도 탐냈다. 이런 억측이 나온건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드’의 사전에 삼계탕이 자기들 것이라고 등재되면서 부터다. 분명 2018년 까지만 해도 한국의 궁중요리로 잘 기재되어 있었으나 누군가의 수정으로 인해 2019년 자료부터는 중국음식으로 오기되었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은 삼계탕이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2015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 인터뷰시 한국의 음식 삼계탕을 중국에 소개하고 싶을 만큼 맛있다고 말한바 있다. 한국 역사에 삼계탕의 존재가 기록으로 남은 건 1917년 닭국이라는 조선요리제법에 나왔다. 1924년 닭국, 영계백숙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명칭의 ‘계탕’으로 변모한 것이다. 중국은 유튜브를 통해 한국 음원의 저작권도 건들기 시작했다. 가수 이승철과 아이유 노래를 중국 측에서 무단으로 변형해 원곡으로 등록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백두산도 중국 정부차원에서 ‘중국 왕조의 영토 장백산’으로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태권도도 종주국이고, 피자도 중국의 만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중국이 원조라고 우기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한국 문화 찬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 부터가 한식에 대한 분명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식당에서 김치와 한식의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영어로 알리는 안내판을 붙이는 것도 방법이다. 또, 미국내 다양한 채널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한민국 정부는 주기적으로 해외 동포들의 음식 및 한민족 문화 박람회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피 흘리며 싸우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다. 중국은 지금 한국을 문화적으로 침공하고 있다. 과거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의미인 ‘중국몽(中國夢)’을 주창한 시진핑 집권기에 들어오면서 그런 흐름은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 음그러나 음식이 어디 먹기만 하는 것이던가. 한식은 특히 다양한 식재료에서 오는 풍미와 맛, 풍부한 자연의 색으로 만들어져 눈으로 먹고 또 오감으로 즐기는 음식이자, 한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중국이 탐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한복과 김치, 쌈, 삼계탕까지,  “니것도 내것”이라는 식의 중국의 생떼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를 일이다. 경계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굽히지 않는 한 중국몽은 단순한 자기들만의 몽상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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