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투표제한법 비난 연설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도 높은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14일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공화당이 추진하는 투표권 제한법을 비난하는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화살을 겨눴다. 그는 '트럼프'라는 단어 대신 '대통령에서 낙마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새빨간 거짓말", "인간 본성에 관한 최악의 사례를 보고 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또 "이는 정치력이 아닌 이기심이다. 민주주의가 아닌 투표권 부정"이라며 '비미국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 패배가 여전히 부정선거의 결과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공화당의 투표권 제한 흐름에 동조하는 모습을 강한 톤으로 비판한 것이다. 더힐은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이례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한 방송사에 출연해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관해 얘기하는 데 지쳤다. 지난 4년간 뉴스에서 본 모든 것은 트럼프였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의 연방 의사당 난동사태로 의회 탄핵 심판을 받을 때도 가급적 말을 아끼는 등 당선 이후 '트럼프 이슈'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의도적 무시 전략은 트럼프와 자신을 차별화하면서 바이든표 메시지를 브랜드화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려는 기조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공하고 나선 것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관측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공화당의 투표권 제한법이 현실화하면 지지층인 흑인 등 유색인종의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면 승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공화당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 속에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실정치에 적극 관여하는 상황인 만큼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로 짜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크리스티 세처는 더힐에 영웅과 악당에 대한 얘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유권자는 누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