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쥐꼬리, 죽는 날까지 개미처럼 일해야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노인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노인 복지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세계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열악하다. 조사 대상 고령층 55∼79세 인구 1천476만6천명 가운데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수령자 비율은 48.4%(714만1천명)였고,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원이었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연금 수령액이 25만∼50만원 미만 비중이 38.1%에 달했고,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9.5%에 불과했다. 문제는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는 고령층이 약 762만5천명이라는 점이다. 연금을 받는 사람들도 소득대체율이 20%대 정도여서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지난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한다. 이는 주요 선진국인 미국(23.1%)과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보다 턱없이 높다.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일찍 밀려나는 것도 고령층 생계에 엄청난 부담이다. 결국 쌓아둔 재산이나 연금이 부실한 고령층은 죽는 날까지 개미처럼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고령층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8.1%(1천5만9천명)로 작년보다 0.7%포인트(43만9천명) 증가했다. 이들의 근로 희망 사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58.7%로 '일하는 즐거움'(33.2%)을 꼽은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장래 일하기를 바라는 고령층은 평균 73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원했다. 70세를 넘긴 70~74세 고령층은 79세, 75~79세는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3.3세이다. 결국 많은 노인이 생계를 잇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심각한 것은 고령층으로 편입되는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나 복지 유지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연령대별 인구 구조를 보면 50대(860만명) - 40대(820만명) - 60대(700만명) - 30대(670만명)- 20대(670만명) - 10대(470만명) - 10세 미만(380만명) 순이다. 이미 60대 700만명은 정년이 지나 대부분 은퇴했고, 향후 20년간 가장 인구가 많은 50대와 40대 1천680만명이 노년층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20년 후 생산의 주력이 될 지금의 10대∼20대 인구는 다 합해봐야 1천138만명이다. 생산 인력, 세금을 내거나 사회적 부담을 짊어져야 할 인구는 급속히 감소하고 재정 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인구는 눈덩이처럼 증가한다. 경제가 얼마나 성장해야 고령층의 일자리와 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9월에 발표한 2020∼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인구 구조 변화로 국민연금은 20년 후인 2041년에 적자로 전환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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