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일요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처음부터 각종 잡음으로 역대 가장 논란이 많은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산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올림픽 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대회를 진행하면서, 응원의 환호성을 들을 수 없는 김빠지는 올림픽이었다. 엄청난 무더위 탓에 선수들이 경기력 발휘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일부 경기 시간이 변경됐으며, 약하기 짝이 없는 골판지 침대와 부실한 식사, 인터넷과 TV 이용에도 돈을 청구하는 등 선수들의 각종 복지 문제 등도 불거졌다.


     사실 도쿄올림픽은 일본 내부에서도 개최 여부를 놓고 찬반의견이 팽팽했다. 오죽했으면 올림픽 유치의 주역이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마저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했을까. 아베는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 와중에도 올림픽을 치르도록 판을 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개막식 불참은 일본 내부에서도 얼마나 올림픽 개최를 놓고 진통을 겪었을지를 짐작케 한다. 일본은 올림픽을 통해 다자 외교를 구상했지만 이 또한 사실상 무산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외국 정상은 오는 2024년 파리올림픽 개최를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또한, 개막식부터 올림픽 기간 중 일본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서며 최악의 감염 상황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영광의 순간을 꿈꾸며 도전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도쿄올림픽은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외신들도 '역대 가장 기묘한 올림픽이었지만, 그나마 선수들의 에너지 덕에 무사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회를 '역대 가장 이상한 올림픽'이라고 지칭하며, "개최국은 외국인 관광객과 티켓판매 수익을 포기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잃었고 올림픽 기간 델타 변이로 팬데믹이 매일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억에 남을 만한 올림픽'이었으나 좋은 이유로 기억될지에는 물음표를 던지며 "금메달을 딴 선수들조차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할 만큼 화려함은 없고 근심만 가득한 올림픽이었다"고 평했다. 
이번 올림픽 종합 순위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미국은 폐막식 날에 금 3개를 보태 금메달 39개로, 금메달 동률을 이룬 중국을 극적으로 제쳤다. 비록 금메달 수는 같았지만, 미국이 금·은·동을 모두 합친 메달 수 순위에서 은 41, 동 33개를 포함해 총 113개로 88개인 중국을 크게 따돌린 덕분이다. 하지만 금메달 하나만 더 허용했으면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은 지구상 스포츠 최강국의 자리를 중국에 내줄 뻔했기 때문에 아슬아슬했다. 미국은 막판 구기 강세와 사이클 깜짝 활약으로 1위를 지켜냈다. 물론 수영과 육상 등 기초 종목이 탄탄하게 뒷받침해 준 덕분에 미국은 수영과 육상에서만 18개의 금메달을 휩쓸 수 있었다. 


    중국은 미국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35개 이상으로, 종합 순위 2위를 달성한 만큼 체면치레는 했다. 개최국 일본은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개최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며 3위에 올랐다. 일본은 여자 농구 은메달을 마지막으로 금 27, 은 14, 동 17개를 수확했다. 유도에서만 금메달 9개를 휩쓴 일본은 금메달 수로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메달 수로도 아테네 때의 37개를 가볍게 넘어섰다. 일본은 신규 종목인 스케이트보드에서 금메달 3개를 챙겼으며, 야구와 소프트볼에서도 모두 우승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6위, 45년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으로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 했다. 8개 종목에서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금메달이 나온 종목은 양궁, 펜싱, 기계체조뿐이었다. 전통의 강세 종목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태권도와 사격을 노골드로 마친 게 큰 타격이었다. 특히 종주국 자존심이 걸려 있던 태권도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 태권도의 저변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건 반갑지만, 그만큼 효자 종목으로서 위상은 약화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도와 레슬링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두 종목 다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연속 금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했다. 특히 레슬링은 아예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야구, 여자 골프 등 금메달을 겨냥했던 구기 종목도 각각 2연속 우승에 실패했고,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희망도 발견한 대회였다. 양궁은 금메달 4개를 휩쓸며 세계 최강임을 또한번 입증시켜주었다. 그리고 10대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양궁의 김제덕(17)은 혼성 단체와 남자 단체 금메달로 2관왕에 올랐고, 체조의 여서정(19)은 도마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수영 황선우(18)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 중 하나다. 그는 자유형 100m 와 200m에서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서채현(18)은 이미 파리올림픽의 유력 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탁구 신동 신유빈은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또 한 뼘 차이로 입상은 좌절됐지만, 찬란한 희망을 남긴 선수들도 잊지 말아야겠다. 다이빙 간판 우하람은 4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올렸고, 육상 트랙&필드의 새 역사를 쓴 우상혁, 특히 세계 12위 여자배구팀은 세계 강호들을 만나 올림픽 4위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처럼 이번 올림픽은 그동안 거리감이 좀 있었던 종목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있어 반가웠다. 또한, 승자에 대한 환호도 중요하지만 과정 속의 감동에 더 많이 주목했다는 것도 이번 올림픽의 성과라면 성과이다. 


    비록 열심히 싸우지 않았다는 국민적 뭇매를 받고 있는 야구, 종주국으로서 체면을 구긴 태권도 등과 같이 다소 아쉬웠던 종목들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 선수들은 코로나를 포함해서 여러 악재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빛났다. 도쿄올림픽이 당초 예정보다 1년 연기가 되었기 때문에 다음 올림픽은 3년 뒤인 2024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0대들은 파리 올림픽 때에도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때는 모든 선수들의 얼굴에 마스크가 사라지길, 그리고 새 기록에 도전하는 더 많은 선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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