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병사들에 싸우라고 뇌물 바쳐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더 미루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 내 민간인들을 빼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한 연장 설득에 실패한 유럽 주요국들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구 동맹이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주요7개국(G7) 화상 정상회의 참여 후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철수 시한 8월 31일에 맞추기 위해 예정 속도대로 가고 있다”며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카불 점령 하루 전인 14일 이후로 7만7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고, 지난 12시간 동안 1만2000명을 탈출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어 “실존하는 심각한 위험과 도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가 더 오래 머물수록 이슬람국가(ISIS)와 ISIS-K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그룹의 공격 위험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다만 그는 “8월 31일 시한을 지키는 것은 탈레반의 협력에 달렸다”며 미국의 작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는 필요할 경우 현재의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 정보당국과 탈레반 간 시한 연장 논의에 성과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 카불로 급히 날아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탈레반은 철군 시한 연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은 되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공항으로 가는 건 이제부터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프간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이날 ‘철수 시한까지 대피 완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시한을 고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의 정확한 숫자를 왜 확인하지 못하느냐”는 등의 비판적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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