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자는 720번째 칼럼을 쓴다. 주간포커스가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2006년 9월 6일에 80면으로 시작했던 포커스는  이제 인쇄소에서 스태이플로 찍을 수 있는 최대 지면인 136면까지 늘려 발행되고 있다. 

    필자가 20여년전 대학원에서 집필한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뉴미디어 시대의 환경변화에 따른 인쇄신문에 대한 방안이었다. 당시에도 인쇄신문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쇄신문은 여전히 살아있고, 특히 주간포커스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 모두가 독자와 광고주 덕분이다.  

 
    포커스의 시작은 미비했다. 매주 신문을 만들면서 그 주의 인쇄비를 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늘 함께 따라다녔다. 그러나 매주 정성을 들여 신문을 만드는 것이 독자들의 눈에 보이자, 절로 광고가 늘어 신문사 수입도 올랐다. 겨우 직원 두명 월급을 줄 정도였는데, 필자는 앞뒤 재지 않고 일단 웹사이트 제작부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콜로라도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신문사가 없었다. 그래서 웹사이트 제작비가 필요없는 비용이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그래도 밀어불였고 전자신문과 앱까지 출시했다. 


    이후 인천 직항노선 개설을 위해 덴버 마이클 핸콕 시장과 한인 단체장들과의 미팅을 주선하면서 주류사회에 주간포커스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년 문화축제, 동요대회, 교육세미나, 건강검진, 영사업무, 판소리공연, 청소년 재단 설립, 테니스 대회, 마스크 배포, 코로나 백신접종 클리닉 등 콜로라도 한인사회를 위한 행사를 매년 개최했다. 그 사이 창간 때 존재했던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문을 닫았고, 포커스는 오늘까지 이렇게 건재하고 있다. 특히 다음 주에 개최되는 골프대회를 준비하면서 마련된 후원금액은 주간포커스에 대한 한인사회의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돌이켜보면 가난하고 힘들었던 첫 3년을 제외하고는 주간포커스는 항상 경쟁업체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바른 말을 하고도 고소를 당한 일도 있었다. 모든 고소를 이겼지만,  변호사비만 있으면 작은 언론사 쯤은 경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마음 한켠은 씁쓸했다. 또 한번은 필자가 영주권이 없고, 학력도 위조라는 광고가 타 신문사에 실렸다. 이 바람에 필자가 영주권과 성적증명서, 학위증명서까지 포커스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 해명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또, 어느 전직 한인회장은 주간포커스가 자신의 비리에 대해 조사를 하자 필자가 바람이 났다는 둥,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욕설 편지를 만들어 우리 광고주들에게 모두 뿌린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질수록 이상하리만큼 주간포커스에 대한 교민들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독자들은 주간포커스에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진 자들이 정확한 기사에 반박할 수 없으니, 엉터리 내용으로 찌라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격려의 메시지가 더 많이 전달되었다.


    이런 수많은 모략에도 불구하고 주간포커스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포커스 본연의 일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은 지적하되, 즐겁고 유익한,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배로 추가해 실었다. 주간포커스를 보면 일주간의 한인사회를 훤히 볼 수 있도록 작은 기사도 놓치지 않고 실었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인재를 발굴하고, 따뜻한 얘기가 가득한 신문을 만들었다. 지면만 채우는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기사 대신 세번, 네번 교정을 보면서 첨삭 내용을 체크하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에 정성과 논리, 글의 품격을 담도록 지난 15년간 한주도 빠짐없이 노력했다. 광고 또한 이민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신 정보이다. 주간포커스에 실리는 광고는 한주에 160개에 이른다. 이 많은 정보들이 매주마다 잘 짜여진 모습으로 발행되는 일은 내부적으로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주간포커스는 약속을 지키는 신문사이다. 무료로 구인구직광고가 실리는 벼룩시장 코너가 있다. 한번은 필자가 전화를 받아서 구인광고를 실어주겠다고 약속한 곳이 있었는데 이를 깜빡 잊고 그 주 신문을 마감했다. 비록 무료광고지만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미 인쇄가 끝난 신문을 모두 폐기하고 다시 신문을 인쇄했다. 신문 표지에 한 글자가 틀려서 3천부 모두를 타운에서 거둬들여 스티커 작업을 한 적도 있다. 업소록에 아주 작게 적혀진 영업시간이 잘못나가서 이 또한 일주일에 거쳐 스티커 작업을 한 적도 있다.


    당사자들에게 간단히 미안하다고 한마디하고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 있도 있었겠지만, 잘못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경영방침이다. 까탈스러운 사장의 말을 잘 따라준 포커스의 직원들이 있었기에 포커스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직원들이 없었으면 백신클리닉 오픈은 불가능했다. 지금에야 아무 곳에서 맞을 수 있지만, 올 3월만 해도 백신 접종이 쉽지 않았다. 특히 영어가 불편한 한인들은 등록절차 자체가 힘들었다. 이들을 위해 포커스 식구들은 이름, 이메일, 주소 등 모든 정보를 전화로 받아 대리 등록절차를 밟았다. 생각보다 전화로 영어 스펠링을 일일이 받아 적는 일은 쉽지 않았다. 2천여명의 한인들을 상대한 직원들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쉬어버렸다. 미안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하지만 한인 교민들의 진심어린 감사 인사가 쏟아지자, 코로나19로 지친 한인 커뮤니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그간의 피로가 눈녹듯이 사라졌다.


     뉴미디어 시대라고 해도 인쇄신문은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콜로라도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한인사회 구석구석의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문의 형태가 모바일인지 종이인지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을 불문하고 좋은 콘텐츠는 살아남는다. 창간 15년을 맞아 콜로라도 최대 한인 언론사로, 정직하고 정확한 언론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독자들의 더 큰 자부심을 위해, 그리고 더 품위있는 언론으로 남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보태야 할지를 더욱 신중하게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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