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을 갈랐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2년이 지났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베를린 장벽 붕괴 32주년 등을 맞아 대통령궁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989년 11월 9일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고, 영원히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면서 "당시 민주주의 지지자들의 어마어마한 용기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 연설자로 나선 얀 특임관은 구동독에서 민권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쫓기고, 체포돼 1982년 강제로 서독으로 추방당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쁨과 승리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이날 베를린시는 장벽의 흔적이 남은 베르나우어가에서 촛불을 켜고 장미꽃을 꽂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 32년을 기념했다. 베르나우어가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탈출을 시도하다 희생된 바 있다. 냉전 시대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은 1961년 8월 13일 동독 정부가 서베를린을 동베를린과 주변 동독지역으로부터 가르는 국경을 폐쇄하면서 182km 규모로 건설됐다. 이후 동독은 야권의 강력한 항의시위와 주민들의 대대적인 동유럽을 통한 출국 행렬 속에 국경을 개방했다. 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5천여명이 이 장벽을 넘어 탈출을 시도했고, 이중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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