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을 좌우 대칭 형태로 그린 17세기 작품의 해외 반출을 일시 금지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그림이 당시의 인종과 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는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영국 밖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뜻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두 여인의 우화'(화가 미상)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영국 귀족 티렐-케니언 가문이 소유했다가 올해 6월 영국 미술품경매회사 트레배니언에 22만 파운드(약 3억4천만원)에 팔렸다. 이 그림에 대칭 구도로 등장하는 흑백의 두 여성은 옷과 장신구 머리 모양이 비슷하다. 미술 평론가들은 이 그림에 대해 17세기 중반에 흑인 여성을 백인 여성과 동등한 자세로 그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평가했다. 독특한 자세뿐 아니라 두 여성 모두 17세기에 유행했던 얼굴 장식인 '뷰티 패치'를 얼굴에 붙인 점도 이 그림의 특징이다.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DCMS)는 10일 "매우 진귀한 작품"이라며 내년 3월9일까지 영국인이 사지 않으면 비로소 해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그림의 표현 기법은 당시 인기가 높았던 목판화 기법과 비슷하다"라며 "그 구성이 우화적이며 풍자적 내용의 시나 설교, 팸플릿과 관련이 있다"고 평했다. 영국 문화재 반출 감시 기구(RCEWA)의 피파 셜리와 크리스토퍼 베이커 위원은 "그림의 제사(題詞.작품의 첫머리에 내용과 관련된 노래나 시 등을 적은 글)로 미뤄 볼 때 이 그림은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화장 특히 당시 유행했던 뷰티 패치 장식을 비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파킨슨 영국 예술부장관은 "이 놀라운 작품은 17세기 영국의 인종과 성 등 중요한 문제를 포함해 많은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며 "이러한 문제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주요 관심사이고 연구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갤러리나 박물관이 영국을 위해 이 그림을 구매해 더 많은 이가 이런 주제를 놓고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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