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9일 실시하는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를 위한 재외 선거인 등록이 마감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측은 등록률에 대해 콜로라도만 통계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관할 지역을 통틀어서 통계를 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관할지역 전체 등록률은 고작 6.2%였다. 이렇게까지 등록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은 영사관 측의 잘못도 아니고 재외선거 관리위원회의 잘못도 아니다. 단지 재외 국민들의 호응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현저하게 낮은 등록률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에 한인이민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소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영사관 측은 한국 국적의 재외국민 수와 공관과의 거리를 고려해, 콜로라도에 투표소 설치 결정을 내렸다고 최종 밝혔다. 그래서 이번 투표소 설치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콜로라도 한인 커뮤니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재외선거 관리위원회는 지난주 회의를 개최하여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콜로라도에 재외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영사관과 산호세, 새크라멘토 등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근접한 지역에 투표소를 마련했는데, 이번에는 공관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콜로라도에도 투표소를 두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콜로라도 선거인은 한국의 총선과 대선 때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등록과 투표 모두 영사관까지 직접 찾아가야 했기 때문에지레 참정권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투표소 추가 결정에 콜로라도가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공관에서도, 한국정부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 한인사회의 역량을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둘째, 콜로라도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이제부터라도 참정권 행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반성의 의미도 살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재외선거 관리위원회는 콜로라도에 재외 투표소를 결정한 또다른 이유로 재외국민 수를 들었다. 이번에 영사관에서 발표한 콜로라도 주의 한국 국적인 재외국민은 23,842명이다. 어찌해서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외지 사람들이 한인들의 인구 수를 물어보면, 통상적으로 덴버 메트로 지역에 2만, 주변에 3천,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7천명, 약 3만명 정도로 대답한다. 이 3만명에는 한인 미국 시민권자도 포함되어 있다. 영사관 측의 숫자대로라면 콜로라도 내 한인 인구의 3분의 2가 한국 국적자라고 봐야 하는데, 이는 다소 무리가 있다.  2020년 인구조사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스프링스를 포함한 콜로라도 내 전체 한인 인구는 2만명이다. 물론 등록을 안 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시 마감일까지 등록을 하지 않은 가정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가가호호 방문을 해서 인구조사에 강경하게 참여를 독려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인구조사에서 미등록률은 20에서 최고 30% 정도 밖에 보지 않는다. 이러한 센서스의 포괄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해도 콜로라도의 한인 인구를 3만이 넘지 않는다는 것이 합리적인 수치다. 영사관 측은 지난 2019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콜로라도에서 등록소를 설치해 재외국민들의 선거 등록을 유도했었다. 그러나 당시의 등록 인원은 백명도 안 되었다. 영사관의 인구조사대로라면 콜로라도 내 재외선거 등록률은 0.5%에도 못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투표소 설치는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표소까지 설치되는데, 더 많은 재외국민이 등록을 했어야 했다. 다음 총선과 대선 때에는 재외국민들이라면 반드시 참정권을 행사하길 바란다. 이는 한국정부와 공관에서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파워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투표소의 장소가 아쉽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인사회는 한인회관이나 한인 문화센터, 한인 교육센터 등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장소를 투표소로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콜로라도는 어쩔 수 없이 미국사람이 소유하고 타인종 테넌트가 훨씬 많이 입주해 있는 빌딩을 투표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콜로라도 한인사회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 한인들이 한푼두푼 모아서 힘들게 만들어놓은 한인회관은 15년전 매각되었고, 그나마 공공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 노인회와 노우회인데, 노인회의 경우는 장소가 협소한데다 현재 법정 공방이 오가는 중이어서 한인사회의 큰 일을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노우회의 경우에는 한인노인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당초 명분에도 불구하고 극소수가 열쇠를 틀어쥐고 10년 넘게 회관문을 걸어 잠그고 노인들의 출입마저 금지시키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결국 미국 사람이 소유한 빌딩에서라도 행사를 하는 것을 고맙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시 재외국민 등록은 포커스 문화센터에서 진행되었다. 한인이 소유하고, 빌딩 입주자의 95%가 한인이라는 이유로 영사관 측에서 선호했다. 그래서 7년동안 영사업무도 진행했다. 그러나 문화센터가 지하에 있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행사를 하지 않게 되었고, 무엇보다 포커스 문화센터는 신문사의 사설 시설이기 때문에 공적 업무를 보는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왔을 뿐이다. 그래서 다음의 총선과 대선이 치러질 때에는 한인회관, 노인회관 등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곳에서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투표소 설치로 인해 영사 출장소나 영사관 유치에 대한 염원은 한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신문사에 다음 순회영사 업무 일정을 물어보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 그럴 때마다 한국 정부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산골지역에 소외된 주민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지금 한국 정부는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해외에 쏟아붓고 있고, 선거가 아니더라도 그외 해외동포를 위한 사업에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엄청난 해외동포 지원 자금에 콜로라도 영사 출장소 설치 부분이 아직까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콜로라도 거주인으로서 섭섭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투표소 설치는 콜로라도 한인사회도 한국 정부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한인들이 몇 달씩 영사 업무를 기다리거나, 급하면 영사관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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