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스포츠 축제가 중국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잇따른 편파 판정으로 개최국 중국만의 축제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판정 시비가 잇따르면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강조하는 올림픽 정신을 내팽개친 중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황당한‘텃세 판정’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편파 판정으로 다 잡았던 메달을 놓치는 손해를 봤다. 이 두사람은 각 조 1위와 2위로 들어왔지만, 이후 비디오 판독에서 레인 변경 위반이라는 이유로 실격돼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의 실격으로 결승 진출의 혜택을 받은 것은 모두 중국 선수들이었다. 결승에서도 런쯔웨이(중국)가 2위로 들어왔지만 1위를 차지했던 샤오린 샨도르 류(헝가리)도 페널티를 받아 중국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특히 중국은 지난 5일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에서도 3위로 탈락할 상황이었지만 심판이 2위 미국에 반칙을 선언해 결승에 오른 뒤 우승하는 등 쇼트트랙 2개의 금메달이 모두 판정시비와 무관하지 않다. 이상한 판정은 스키점프에서도 이어졌다. 개인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복장에 대해 혼성 단체전에서는 엄격한 규제에 나서 독일, 일본,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선수 5명이 느닷없이 실격 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개최국의 이러한 울트라급 텃세에 한국 쇼트트랙 선수단은 헝가리와 연합해 강력 항의를 위해 손을 잡기도 했고, 이 외 미국, 일본,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다른 여러 나라 선수단들 또한 중국팀과의 경쟁에서 편파 판정을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에 “금정너(금메달 정해 놓은) 올림픽”, “눈 뜨고 코 베이징” “중국 체전” “중국 선수와는 바람만 스쳐도 실격”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중국 애국주의를 드높이는 ‘중화 체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넘친다. 누구는 손도 안 댔는데 실격이고, 누구는 두 손을 써서 밀쳐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야말로 공세적 중화 민족주의다. 최대의 메달을 얻어 실적으로 전 세계에 중국의 성취를 보여주겠다는 실적주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편향 판정이 계속되면서 야후스포츠,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물론 호주의 7뉴스 등 외신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야후스포츠는 “판정 논란이 이번 대회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수혜국이 어딘지 보면 의심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반중(反中) 정서는 개회식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나온 여성도 민족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는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조선족이 한복 외에 달리 입을 전통 의상도 없다. 중국에서 ‘2등 국민’인 소수민족이 공산당과 정부의 지시를 어기고 제멋대로 다른 옷을 입을 수도 없다. 따라서 조선족 동포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자랑스럽게 전 세계에 소개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확산해온 한복을 중국 55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으로 치부한 것이다. 반중 감정은 이번 ‘올림픽 한복’에서 갑자기 터진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08년 여름 올림픽 개회식 행사에도 한복을 등장시켰다. 한국 문화를 탐하는 중국인의 심리는 매우 복잡해 보인다. 한때 한반도 왕조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우월감’과 현재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부러워하는 ‘열등감’이 뒤엉켜 분노의 배출로 나타나는 듯하다. 그래서 한국을 공격하는 그들의 언어는 거칠고 숫자로 밀어붙이려 한다. 


    문제는 조선족을 포함한 55개 소수민족에 명령하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소수민족을 활용하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지난 2월 8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 내 반중 감정을 의식해 내놓은 입장문도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대사관은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 남북 양측은 같은 혈통을 가졌으며 복식(服飾)을 포함한 공통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고 했다. 중국대사관 측은 한복을 ‘한민족의 것’이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반도의 것’이자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조선족의 것은 곧 중국의 것’이니 ‘한복도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공식이 뒤에 숨어 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시진핑 주석의, 시진핑 주석에 의한, 시진핑 주석을 위한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이미 당내 반대세력을 제압했고 권력이 매우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개방 이후 지켜온 공산당의 관례를 깨고 3연임 또는 그 이상의 장기집권을 하려면 업적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중요한 업적이 된다. 우선 중국이 미국 등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는 증거로 선전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의 우위를 이번 올림픽의 순조로운 개최로 중국인들에게 강조할 수 있다. 또 중국 선수단이 메달을 많이 따고 애국주의를 고양시켜 위대한 강대국 중국의 위상을 국내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지만, 반복되는 오심은 의도적 권리의 침해로 보일 수밖에 없다. 같은 규칙하에서 경쟁하는 선수들 중 일부에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강요하는 것은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어기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보편적 권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 이런 보편적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나도 당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문화침탈 논란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면서, 전 세계적인 홍보 또한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며 중국의 문화 침탈에 침묵한 것이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 동시에 정부는 한복이 한민족 고유 의상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유명 패션 잡지 보그는 인스타그램에 한복 입은 사진을 올려놓고 중국의 한푸(漢服)라고 소개했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침묵’은 ‘묵인’이 되고 ‘묵인’은 ‘인정’이 되고 만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무례한 행동에 걸맞는 강력한 외교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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