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대표 단체인 동시에 최대 골칫거리 단체로 낙인찍혔던 미주총연이 분열의 시대를 종식하고 드디어 대통합의 결실을 맺었다. 지난 주말 덴버에서 2박3일간 국승구 총회장의 주관으로 통합총회가 개최되면서 한인사회 대통합의 서막이 열렸다. 


    그동안 미주지역 한인회 연합단체는 3개 단체로 분열된 상태였다. 지난 2019년 미주한인회 총연합회(미주총연)에서 미주한인회장 총연합회(미한협)가 분리 독립했고, 지난해 미주총연은 29대 총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또다시 둘로 갈라져 총회장을 각각 선출한 상태였다. 그래서 2개의 미주총연에서는 김병직 회장과 국승구 회장이 각각 회장에 당선됐고,  미주한인회장 총연합회(미한협)에서는 서정일 회장을 선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도 각개 선관위를 발족시켜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높였다. 이 분열의 과정에서 벌어진 법정공방과 날 선 의견 대립은 한인사회의 상처로 남았다.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를 대표해야 하는 대표 단체가 오히려 한인사회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역할을 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3개의 단체 총회장들은 지난 11일 LA의 한 호텔에서 회동을 했고, 장시간 논의한 결과 통합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덴버 통합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덴버 통합총회에서는 김병직, 국승구 회장이 29대 미주총연 공동회장으로, 서정일 미주한인회장 총연합회 회장은 이사장이 됐다. 단체명은 미주총연으로 하기로 하고, 모든 총연 관련 소송도 취하하기로 했다. 통합 이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승계한다는 등 몇몇 합의안에 대해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각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선출된 대표들이 직접 합의하고 조율한 내용인만큼 인준도 무사히 이루어졌다. 


    4년 전, 2018년 12월 콜로라도의 한인회도 통합을 발표했었다. 한인회와 노인회의 본격적인 갈등은 2001년 말부터 시작되었다. 2003년부터 소송이 시작되어 2006년 법원으로부터 한인회관 매각결정을 받았다. 뒤이어 한인회는 두 개로 나눠져 2018년까지 왔다. 그야말로 갈등과 격동의 시기였다. 기존의 한인회에 반기를 들고 또하나의 한인회가 만들어졌지만, 이또한 내분으로 인해 그 역할을 이어가기 힘들어지자 한인들은 한인회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까지도 버리게 되었다. 


    그러다 2018년 초 콜로라도주 연합한인회에서 콜로라도 주 한인회로 옮겨간 이사진들이 합심하여 통합 의지를 천명했고, 콜로라도 주 한인회는 이사회를 통해 통합 합의문을 통과시켰다. 합의문에는 통합한인회장에 조석산 콜로라도 연합한인회장이 하되, 명칭은 콜로라도 주 한인회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통합 결정 다음날 통합추진위원회는 주간 포커스 신문사가 있는 가동빌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인회 통합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통합한인회장은 콜로라도 주 한인회의 28대 회장으로서 2019년 1월 1일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통합 체제는 2년도 못가서 무너졌다. 이들은 또다시 등을 돌렸고, 오는 10월에 재판 일정이 잡혔다.


    사실 콜로라도 한인회가 통합을 발표했을 당시, 통합회장에 조석산씨를 세우는 것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었다. 첫째는 조석산씨가 한인회장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자격론이, 둘째는 회칙에 따라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회칙론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역대 한인 회장들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비양심적인 사람도 회장이 되곤 했다. 그리고 통합과정은 특수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회칙을 고수하기보다는, 관련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임을 이해한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통합 과정에는 늘 진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 미주총연의 통합총회에서 공동회장 문제라든지, 이사장이 다음 회장직을 승계한다는 등의 조건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이는 자기들끼리 자리 나눠먹는 식이라는 비판보다는, 협상 테이블에 나온 각 단체들에 대한 예우쯤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통합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부수적인 사안은 너그럽게 넘어가고, 오랜만에 하나된 미주총연이니만큼 조건없이 환영하는 것은 어떨까.


    덴버 한인회의 분란의 역사가 20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덴버 한인사회에서는 한인회에 대한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한인회 없이 지내는 것에 더 익숙한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제대로 한인회가 꾸려졌다면 현재 29대 회장단이 한참 활동 중이었을 것이다. 콜로라도 한인회는 미주총연의 역사와 비슷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석대로라면 2019년 1월에 28대가 시작되었고, 2021년 1월에 29대가 시작되었어야 했으니, 미주총연만큼이나 역사가 긴 셈이다. 하지만 28대 회장 및 이사단은 임기를 채 마치지도 못하고 분열이 일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마스크 배포, 정부 재난금 지원 방법, 백신접종처 안내, 코로나 검사소 안내 등 이민사회에서 한인회의 해야 할 일은 넘쳐났다. 또 오징어게임과  BTS 방탄소년단 등의 한류 인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넘쳐났지만 그 어디에도 한인회의 역할은 없었다. 


    지금까지 동포사회는 지역 한인회이든, 총연합회이든, ‘한인회’라는 말만 나오면 소송과 분규 단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다. 특히, 콜로라도 한인회는 지난 20년간 분열과 소송의 연속이었고, 지금도 통합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오명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덴버에서 미주총연의 통합총회 개최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덴버총회를 통해 미주총연은 분규단체라는 오명을 씻고 미주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는데 정진하는 대표단체로 우뚝 서길 바라며, 동시에 콜로라도 한인회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도 마중물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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