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 타오바오(淘寶). 여기에서는 공공연하게 산부인과 병원의 ‘낙태 패키지’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환자 진료부터 낙태 수술, 이후 관리까지 적게는 2000위안(약 37만 원)에서 많게는 5000위안(93만 원)대의 다양한 서비스 상품이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것. 1980년대 이후 임신중절 등을 동원해 강도 높은 ‘한 자녀 정책’을 추진했던 중국인 만큼 미국과는 달리 낙태에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중국에서 여성들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출산·낙태와 관련한 다양한 요구 역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저출산 기조와 함께 중국에서도 향후 출산을 위한 난자 냉동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규제·정책은 여전히 이 같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급속한 성장으로 경제력까지 갖추게 된 도시 여성들은 낙태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2019년부터 등장한 낙태 규제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 중국 여배우 친란(秦嵐)이 대표적으로 “내 자궁은 너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고, 배우 마이리(馬伊리)도 “난자는 수정란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늦어진 혼인·출산 시기를 감안해 난자 냉동이나 입양 등 다양한 방법을 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에서 ‘난자 냉동’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미국에서의 난자 냉동’ ‘원정 난자 냉동’ 등을 찾을 수 있다. 


   21일 중국 알리바바 산하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산부인과의 낙태 수술 관련 상품이 올라와 있다. 낙태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에선 온라인 쇼핑몰에 낙태 관련 상품들이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대체로 높아진 여성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계획을 담당해온 중국계획출산협회는 지난 1월 27일 홈페이지에 올해 사업 계획 중 하나로 ‘생식 건강 서비스의 확고한 추진’을 선정하고 그 실천방안으로 “미혼자 집단의 인공유산에 관여하는 특별 행동을 전개해 청소년의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이고, 생식 건강 수준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보 등에는 이 같은 발표에 “우리는 낳고 이득은 국가가 보겠다는 것인가”라든가 “나라가 노후를 보장할 테니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하다가 이제는 노후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인구연구소의 스티븐 모셔 소장은 미국 CBN뉴스에 “중국은 인구 감소와 재난, 붕괴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강제 임신이 중국 여성들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개인 불임클리닉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CNN 인터뷰에서 “난자 냉동 고객의 약 3분의 1이 중국 본토에서 온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의 한 여행사에선 약 4만 달러(4400만 원)를 내면 미국에서 난자를 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여행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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