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 바울이 가진 정답은? 빌립보서 4장 10절~13절 

    어느 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야,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는 바람에 집을 떠나서 혼자 자취해야 했습니다. 외롭고 힘들지요. 어느 땐 돈이 쪼들려서 굶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어요. 죄송해서 생활비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그냥 힘드니까 전화를 드린 겁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기가막히게 눈치를 채셨어요.
“아들아, 너 무슨 일 있지?”
아니 없다고 해도, 아니야 무슨 일이 있는 거 같다고, 그리고 마지막엔 꼭 한 마디 하시는 겁니다.
“괜찮아, 오히려 잘 된 건지도 몰라.”
취직 시험에 떨어졌을 때도, 연애하다가 바람 맞았을 때에도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님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 오히려 그게 잘된 건지도 몰라.”
이게 평생을 살아가는 데 정답이 됐어요. 어려울 때마다 꺼내 보는 정답이 됐어요. 아주 짤막한 시가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니? 웃어 버려
권리를 무시당했니? 웃어 버려
사소한 비극에 사로잡히지 마.
총으로 나비를 잡지 마, 웃어 버려
일이 잘 안 풀리니? 웃어 버려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니? 웃어 버려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웃음 이상의 해결책은 없어, 웃어 버려


이건 정답이지요. 무슨 일을 만나든지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어버려! 빌립보서는 옥중 서신입니다. 빌립보 교회가 바울 사도를 생각하고 돕는 게 너무 좋아서 쓴 편지입니다. 기뻐하라는 말씀이 여러번 나오지요. 그래서 희락의 서신이라고 부릅니다. 바울 사도는 복음을 전하다가 수많은 고난과 박해와 어려움을 당했지만 그 문제들을 풀어갔던 정답을 말씀하시지요. 첫째가 어떤 형편이든지 자족하는 마음입니다. 고난을 당해도 그 의미를 아니까요. 이로 인하여 주님이 이루실 뜻이 있음을 아니까요. 어느 목사님 간증입니다. 어려운 살림에 신학대학원엘 갔습니다. 여름 방학 때 집에 내려와보니 어머니가 안 보이는 겁니다. 수소문해서 찾아갔더니 아들 신학교 보내느라고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
안되겠다 싶어서 신학교 그만 두고 집에 내려오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렸는데 그때, 그 어머니가 위대한 고백을 하셨습니다.
“왜? 에미가 남의 집 가정부 노릇하니까 창피하니?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힘들지도 않아, 나는 프라이드가 있어, 내가 수고해서 내 아들 주의 종 만든다는 프라이드로 일해.”
아, 그렇습니다.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힘들지 않아요. 곤고한 일이 오히려 즐거워요. 바울 사도가 갖고 있는 정답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만족해하며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이 세상을 승리하는 정답이지요. 둘째, 바울 사도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았어요. 어려운 고난을 버티고 극복해야지요. 그리고 형통할 때, 건강할 때, 여유가 있을 때는 방심하지 말아야지요. 그러니까 견디고 참고 버텨야할 때와 방심하지 말아야할 때를 분별할 줄 알았던 거지요. 잘못하면 풍부할 때, 주님으로 멀어질 위험이 많지요. 잘 될 때, 형통할 때 조심해야지요. 주님께 더 가까이 가야지요.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하는 힘에 대한 고백이고 선포입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언제나 어디서나 바울이 가진 정답으로 승리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나쁜 말

에드가 게스트라는 분이 쓴 의미심장한 시가 있습니다.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시입니다.


글로 쓰건 말로 하건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비참한 말은
할 수 없다 는 말
욕설이나 거짓말 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말 할 수 없다는 말
그 말로 인하여 수많은 아름다운 영혼들이 죽어가고 그 말로 인하여 수많은 목표가 죽어가고 있네 
그 말이 그대의 머리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하라 그러면 그대는 그대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테니

 

할 수 없다는 말, 오늘은 열심히 지워볼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버스로 통학을 할 때의 일입니다. 버스에 오를 때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왜 나는 자리를 잡지 못할까? 나는 왜 늘 서서갈까?”
그런데 어느날 자리에 앉아서 가게 됐는데, 그때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감사하게도 자리에 앉아서 가네.” 이 생각이 들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깨닫습니다. 인생은 자꾸만 없는 것부터 생각하는 구나. 안 좋은 것부터 생각하는 것이 인생이구나. 아마도 인생 안에 있는 죄성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무조건 있는 것부터 찾고 주신 것부터 감사하는 하루로 만들어 봅시다. 

▷지혜로운 말은?

옳은 얘기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옷을 장만하려고 아내와 함께 옷 가게를 찾았습니다. 점원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누구 옷 찾으시는데요?”
점원은 제 아래 위를 훑어보는 것 같더니 이렇게 툭 내 뱉었습니다.
“몸이 바짝 마르셨네요. 빼빼하신 분들은 이런 옷이 좋은데요.”
그때 저도 모르게 점원 얼굴을 확 째려 봤습니다.
‘뭐? 바짝 말랐다고? 그래서? 보태 준 거 있나?’
그때 제 몸무게가 50킬로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빼빼 마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데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눈치 없는 점원이 한마디 더 덧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어깨도 좁으시네요. 아무래도 이런 옷이 어울릴 것 같은데.”
그때 제가 아내를 향해 고개를 획 돌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
아내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 나왔습니다. “아니 왜 그래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게를 갔는데 거기서는 금방 옷을 샀습니다. 저를 보던 점원이 생글거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 아담하시네요. 이 옷이 잘 어울리시겠는데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아내에게 말했지요.
“이거 좋아, 사.” 
같은 말이라도 좀 돌려서 얘기하고, 좀 너그럽게 얘기하는 거, 그리고 상대방 기분을 배려하면서 말하는 거, 이거 점수 따는 비결입니다.
우리 입 속에 지혜가 가득하게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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