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한국방문시 격리가 해제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처럼 해외에서 3차 접종까지 완료했을 경우는 4월1일부터 전면 해제된다고 보는 게 맞다. 3월21일부터 31일까지는 한국에서 백신접종 이력을 등록한 사람들에 한하기 때문이다. 단계적 해제라고 하지만 고작 열흘차이로 행정 업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입국 절차도 여전히 까다롭다. 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이 운영되는데 입국 전 Q-Code 웹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Q-Code 입력을 하지 않아도 PCR 음성확인서를 소지한다면 항공기 탑승은 가능하다. 다만 도착 후 서류 검역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사전에 Q-Code 만들어 놓는게 좋다. 그러나 이러한 번거로움도 아랑곳 하지 않고, 2년만에 격리없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한인사회는 벌써부터 들떠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비행기 티켓 값으로 인해 가격을 알아보면서 깜짝 놀란 이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얼마전 필자 또한 친분있는 여행사에 물어보니 지난 20년간 이렇게 비행기 티켓 가격이 비싼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팬데믹 이전에는 천불 내외로 한국행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두배 이상이 뛰었다. 자녀들의 여름방학 기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려면 일인당 2천불은 족히 들어보인다. 4인 가족단위로 한국에 가려면 비행기 티켓가격만 해도 천만원이다. 혹시나 해서 일인당 2천불 아래의 노선을 찾아보면 공항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 시간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올여름 애틀랜타에서 출발하는 한국 직항 비행기 티켓의 경우에는 4천5백불에 이른다고 하니 격리가 문제가 아니고 비싸서 못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가지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이 연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 대비 신규 사망자 수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두고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34만명을 기록했고, 사망자는 327명으로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그 전일에는 일일 확진자 수가 62만명, 사망자 수가 400명이 넘었다. 지난 일주일은 사회 기능이 마비되고 보건소 및 의료기관의 재택치료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앞으로 확진자 수가 어디까지 늘어날 지 알 수 없고, 2~3주 시차를 두고 확진자 수에 따르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오죽하면 지난주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 정책을 펼쳤던 한국이 확진자가 급증한 현재 집단적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질타 섞인 말을 던졌을까 싶다.  


    이런 마당에 한국 정부는 방역을 잘했다고 자랑을 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청와대가 20일 5년 국정 운영 결과를 담은 백서인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를 발간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그 중 K방역을 맨 처음으로 올리면서 “국민들의 높은 백신 접종 참여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예방접종률을 달성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중증화율·치명률은 감소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 3T(진단·조사·치료) 전략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을 예로 들며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고 했다. 지금 국민들이 코로나 수렁에 빠져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들이다. 백서라면 잘한 것, 잘못한 것을 안배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은 백서라기보다 왜곡에 가깝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 입국을 막지 않아 국내 확산에 방만했고, 마스크·백신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나라를 큰 혼란에 빠뜨린 점, 최근 치료제마저 제때 확보와 공급을 하지 않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점,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실상 각자도생하도록 방치해 버린 점 등은 쏙 뺐다. 청와대는 이 백서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임기 종료 후에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곳 콜로라도는 팬데믹이 끝나는 엔데믹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올해 일찌감치 마스크 해제를 선언한 더글러스 카운티를 시작으로 2월초부터 덴버, 아담스, 아라파호, 제퍼슨 카운티가 잇따라 비즈니스와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규정을 철회하기 시작하더니, 2월 중순 볼더 카운티가 노마스크 트렌드에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덴버 메트로 전지역은 방역 해제가 선언된 셈이 됐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콜로라도내 신규 확진자 수가 백명선에 머무르자 코로나의 종식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2년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해도 미국의 확진자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서 오는 사람들은 모두 바이러스 취급을 받았다. 같은 미국에서 입국을 했지만 영주권자와 미국 시민권자를 보는 눈도 달랐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들어왔다는 이유로 격리기간 중 더 까다로운 감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일찍 부스터샷을 시작했고, 많은 지역이 집단면역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많이 달라보인다. 격리 해제라는 상황은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숫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갑작스런 격리해제 발표는 여행자와 내국민 모두에게 불안할 수 있다. 지금도 최고 수준인데, 격리 해제까지 진행되면 악화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의 악화로 인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집계되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를 향해 방역완화 중지를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한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 방문자들 스스로가 최소한의 수칙은 지켜야 할 것 같다. 증상이 있으면 알아서 격리를 선택하고, 식당이나 영화관, 카페, 노래방 등의 업소 이용 시간 또한 정해진 시간에 따르며,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지켜야 할 사회적 예의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격리없이 홀가분하게 방문하는 모국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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