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지금은 모르지만 이후에는 알리라!  요한복음 13장 1절~11절

인요한 소장님은 세브란스 병원 국제 진료센타 소장이십니다. 1895년 우리나라에 온 유진벨 선교사님의 후손입니다. 유진벨 선교사님 집안은 4대째, 무려 127년 동안 우리나라를 사랑하며 아예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는 가문입니다. 한남대를 설립했고 남한은 물론 지금은 북한에까지 결핵환자들을 치료해 오는 가문이지요. 그런데 인요한 소장님이 어린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 아버님이 웨스트 민스터 교리 문답 107개를 외우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다 외우지 못하면 아버님에게 심한 꾸중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날이면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외쳤답니다. “나 아버지가 미워서 교회 안다닌다.” 그땐 정말 몰랐어요. 아버지가 야속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알겠어요. 아버지가 외우라고 하신 107개 교리서 때문에 그가 예수 믿고 확실한 신앙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그때는 몰랐어요. 이제 알겠어요. 하나님을 믿는 신앙생활은 순종이 먼저입니다. 물론 이해하고 납득하는 일이 먼저일 때도 있어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진리를 깨닫는 일은 순종하는 일이 먼저이고 나중에 이해가 돼요. 이 공식을 잊지 말 것입니다.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 부릅니다. 75세에 하나님은 아비 친척 고향을 떠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 당시에 아비 집과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을까요? 그리고 어디로? 누굴 만나고? 그런게 없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나서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지요. 항상 기뻐하라? 기뻐할 일이 있어야 기뻐하는 게 아닙니다. 무조건 기뻐할 것입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 기도할 마음이 있을 때만 기도하는 게 아닙니다. 쉬지 말고 기도해야지요.  범사에 감사하라?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하는 게 아닙니다. 무조건 감사할 것입니다. 그렇게 순종하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두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이건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발을 씻기는 일은 노예나 하인이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베드로는 성격대로 펄쩍 뛰면서 자신의 발은 절대로 씻으실 수 없다고 했지요. 그때 주신 말씀입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이 후에는 알 것이다.” 주님이 왜 노예들이 하는 것처럼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는지를 나중에, 성령을 받은 후에 알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섬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섬기려고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제자들에게 행동으로 설명하신 것이지요. 섬김은 희생이요 죽음입니다. 십자가는 섬김의 극치이지요. 희생이 없는 신앙생활은 의미를 찾을 수가 없겠지요. 누구를 섬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미안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 사람을 위하여 희생하면 그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때 그 마음을 잡아 당길 수 있고 그 영혼을 인도하게 되겠지요.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실 때, 그들은 얼마나 죄송스러웠을까요? 얼마나 미안했을까요?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사건 속에는 주님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다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형편없지만 성령이 임하시면 제자들이 복음의 용사들이 될 것을 믿고 내다 보셨습니다. 제자들의 섬김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왕성해질 것을 내다보셨던 것이지요. 오늘 내가 주님의 이름으로 섬겨야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내 희생과 수고를 통해서 누구를 미안하게 만들어야할까요? 지금은 모르지만 주님 앞에 갔을 때, 알게 될 일들을 많이 만들어가는 하루 되시기를 소원합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지워버릴 것은 지워버려라!

언젠가 은행엘 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잡지를 들척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감동적인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서울 천호동에 가면 세창정형제화 연구소라는 생소한 이름의 연구소가 있답니다. 손으로 구두를 만드는 곳입니다. 사장님의 이름이 남궁 정부라는 분입니다. 당시에 70이 넘은 분인데 오른쪽 팔 전체가 없습니다. 왼손으로만 구두를 만드는 분인데 기술이 기가막힙니다. 구두를 맞추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게 딱 맞게 만드는 분입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불의의 사고로 오른팔을 절단하고 말았습니다, 오른손으로 구두를 만들었는데, 그게 떨어져 나갔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 절망과 좌절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분이 절망과 좌절을 이기는 비결이었습니다. 제가 감탄했습니다.
“날마다 지워버리는 연습을 했어요. 없어진 오른팔 생각하면 뭐해요? 다시 생길 것도 아니고 그냥 있던 팔 하나 없으니까 인생이 조금 불편한 거다. 그러면서 지워버리는 연습을 날마다 했어요. 생각나면 지우고, 또 지우고.”
그리고 사용하지 않던 왼손으로 구두 깁는 일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드디어 오른손 같은 기술로 회복했습니다. 손님들의 발에 딱 맞는, 정말 그분이 만든 구두를 신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엄청난 소득이 생겼습니다. 보람이 생겼어요. 자신이 장애를 가지니까 장애 가진 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발이 짝짝인 분들이 구두를 신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 만들어 줬어요. 5만 여명, 그 장애우들이 날마다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 오는 데 일평생 처음 구두를 신어 본다고, 그 편지를 받을 때마다 살맛이 난다는 고백이었습니다. 그 분으로부터 엄청난 지혜를 얻었습니다. “지워버릴 것은 지워버려라. 어쩔 수 없는 오른팔, 날마다 지워버리는 연습을 했다.” 만약 사라져 버린 오른팔을 생각하며 지워버리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늘 원망과 불평이고 절망 속에 살아야 했고 왼팔로 구두 깁는 연습을 할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지워버렸어요. 날마다요. 날마다 생각나면 또 지워버렸어요. 우리에게도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 있지요. 이거 지워버려야지요. 또 지워버려야지요. 지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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