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베드로의 실패학  누가복음 22장 31절~34절, 54~62절

최근에 대학가에서 인기를 끄는 강의 중에 실패학이란 학문이 있습니다. 성공이란 듣기는 좋지만 가까이하기엔 거리감이 있지요.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탁월한 뭔가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실패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요. 실패는 누구에게나 가까운 이야기이니까요. 당장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시험에 실패했다, 연애에 실패했다, 사람을 사귀는 일에 실패했다, 실패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니까요. 가까이에 있어요. 그런데 실패는 버려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예요. 실패학의 핵심은 이것이지요. 실패에서 배워요. 실패로부터 배운다면 실패는 결코 실패가 아니지요. 실패에서 배운다면 실패는 곧 엄청난 지혜가 된다는 게 실패학의 핵심이지요.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학이 필요해요. 성경에 나오는 실패에서 배워야지요. 수두룩하지요. 우선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의 실패학이 있어요. 하와가 사탄의 미혹을 받는 데, 결정적인 함정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입니다. 사탄과는 대화가 필요 없어요. 주님도 40일 금식하시고 사탄에게 시험당합니다. 주님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단칼에 명령해 버렸지요.
“사탄아 물러가라.”
아담과 하와의 실패학에서 배워야할 중요한 진리는 마귀가 미혹할 때, 주님이 하신 방법대로 명령해 버리는 일입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모세의 실패학도 참 안타깝지요. 40년 동안 죽을 고생을 하면서 가나안 땅 바로 코 앞에 도착했는데, 못 들어가요. 물이 없다고 원망하니까,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서 ‘반역한 너희여.’라고 화를 쏟아 놓고 말았어요.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백성이 아닌데요. 하나님의 백성인데요. 하나님의 백성을 향하여 분노한 것은 곧 하나님께 연결되는 일이었어요. 모세의 실패학에서 배울 것은 감정을 잘 관리하는 일입니다.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면 일이 망가져 버려요. 다윗의 실패학도 심각하지요. 사울왕에게 쫓겨 다닐 때, 다윗의 믿음은 대단했지요. 그런데 이런 환난이 지나간 후에 자신이 왕이 되고 전쟁이 일어나도 충성스런 부하들이 다 해결했어요. 다윗은 전쟁에 나갈 필요도 없어요. 너무 평안해요. 그래서 낮잠 자다가 일어나서 한 일이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취한 일이었지요. 모세의 실패학이 가르쳐 주시는 중요한 메시지는 잘될 때, 평안할 때, 형통할 때, 방심하지 말라는 메시지이지요. 정말 요즘 실감나는 말씀입니다. 오늘 베드로의 실패학에서 배우고 깨달을 것이 너무 소중합니다. 첫째, 그는 자신의 약함을 몰랐어요. 내가 아는 나만 알았지,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비겁한 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래서 큰 소리쳤지요. “내가 주님과 함께 옥에도 함께 가고 죽는 데에도 함께 가기로 각오하였나이다.”큰 소리치고 말았어요. 그리고 시몬은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닭울음 소리를 들었지요. 엄청난 실패를 범하고 말지요. 누구나 비슷합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시기와 질투, 미움과 방심이 있어요. 영적인 게으름이 내 안에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내 안에 있음을 정직하게 바라볼 것입니다. 둘째, 베드로의 실패학은 말씀으로 자신을 고칠 줄을 몰랐어요. 주님이 ‘네가 나를 부인할 것이다.’ 그러셨으면, 그런가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질문하고 주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고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위대한 신앙은 잘못을 말씀으로 고치는 신앙입니다. 아브라함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고쳤어요. 이것이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믿음이었어요. 오늘도 성령께서 탄식하시며 책망하실 때, 말씀으로 내 생각과 판단과 시선을 고칠 것입니다. 즉시입니다. 셋째, 시몬 베드로는 기도할 시간에 기도하지 못했어요. 이것이 치명적인 실패학이었어요. 자신을 의지하는 사람, 은근히 교만한 사람은 기도하지 않습니다. 누가 기도하느냐? 겸손한 사람,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아는 사람이 기도하지요. 나중에 베드로 전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성도들에게 신신당부하지요.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삼킬 자를 찾고 있다.”
이 말씀은 아무래도 자신의 실패학에서 깨달은 말씀이지요. 주님 앞에 기도하면 내가 보여요. 내 약점이 보여요. 그 약점을 이길 힘과 지혜를 기도의 줄을 통해서 공급받아요. 그러니 기도하면 살고 기도를 쉬면 우리의 영이 죽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실패학에서 뼈저리게 배울 것입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 봄꽃처럼 대답하기!

요즘 봄이 신났지요. 봄이 신나는 이유는? 출석을 부르면‘네’하고 대답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봄바람은 얼마나 즐거울까요? 이름 부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산수유?”,“네~”
“목련?”,“네에~”(바리톤임)
“개나리”, 
이놈들은 우선 숫자가 많습니다. 그러니 여기 저기서 네네네네네네 하겠지요.
어느 초등학교 1학년 교실입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릅니다.
“네, 네, 네.”
개나리 같은 꼬마들이 대답도 잘 합니다. 선생님은 봄바람처럼 출석을 부르고 아이들은 봄꽃처럼 대답을 합니다. 개나리 닮은 1학년짜리 하나가 선생님에게 다가옵니다. 다짜고짜로 이럽니다.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 싸우지 말라고 얘기 좀 해 주세요.”
“그래? 엄마 아빠가 많이 다투셨구나.”
“네, 어제 저녁에 오빠 생일이라고 캐익 사다 놓고 먹는데 엄마 아빠가 또 싸웠어요. 캐익도 맛이 없었어요.”
“아이고, 그래서 속상했겠다.”
“네, 우리 아빠 너무 무서워요. 선생님이 소리 지르지 말라고, 제발 싸우지 말라고 얘기 좀 해 주세요.”
“그래? 그럼 우선 네가 엄마 아빠에게 ‘싸우지 마세요. 엄마 아빠 싸우시면 우리가 불안해요.’라고 하면 안 될까?”
아이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갔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1학년짜리는 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해서 하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습니다. 이튿날 아이 엄마가 학교에 당장 달려왔습니다.
“선생님, 너무 죄송해요. 부끄럽기도 하구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 보여 줘서 마음도 아프구요. 죄송해요.”
선생님은 나중에 아이를 불러서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 싸운 거 선생님에게 왜 말했니?”
“선생님은 할머니잖아요. 할머니가 엄마 아빠에게 싸우지 말라고 하면 잘 들을 거잖아요.”
“어? 아! 내가 할머니? 그럼, 그렇지. 내가 할머니지.”
그 할머니가 바로 제 아내입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봄철만 되면 봄바람처럼 이름 부르고 1학년 꼬마들이‘네, 네, 네.’ 대답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거울 보면 어느 땐 할아버지입니다.
어째거나 요즘 봄바람이 부르는 소리에 사방천지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네~ 네~ 네~ 네~ 네~”
황홀한 아우성, 지금은 봄입니다. 범바람처럼 부르고 봄꽃처럼 대답이 즐겁고 반가운, 지금은 황홀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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