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동안 온통 보라색으로 물든 라스베이거스는 그야말로 방탄소년단(BTS)의 도시였다. 20만명이 넘는 인파가 오직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모여 공연때마다 떼창을 하고, 벨라지오 분수 쇼를 포함한 도시의 모든 이벤트는 방탄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항 관제탑의 색깔까지도 보라색으로 바꿨을 정도니, 그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번 공연으로 인해 방탄은 명실공히 지구촌 최고 인기 가수임이 다시한번 증명되었다. 이로써 한인사회의 자긍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BTS의 인기와 더불어 그들의 병역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만약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BTS 멤버들은 내년부터 차례로 군대에 가야 한다. 맏형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2024년에는 슈가(93년생), 2025년에는 94년생 RM과 제이홉이 차례대로 군에 입대하면, 그 사이 BTS는 6인조→5인조→4인조로 줄어든다. 막내 정국(97년생)이 군 복무를 마치는 2030년에야 모든 멤버가 다시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팬클럽 '아미'의 시나리오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BTS의 병역 특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가 이달 안에 BTS를 비롯한 대중문화 예술인을 병역 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BTS 병역 특례법’ 3개가 계류 중이다. 대중문화예술인이 한류 열풍을 이끄는 등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문화창달에 기여하는 공이 크기 때문에 보충역 범위에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시키는 법이다. 현재 정부는 예체능 분야에서 스포츠 선수와 국악·무용·클래식 등 순수 예술인들에 한해 병역 특례 자격을 주고 있다. 올림픽·콩쿠르 등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 국위 선양에 기여할 경우, 예술·체육요원으로 선발해 군 복무를 대체하도록 한다. 34개월 동안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 봉사를 하면 군 복무를 인정받는 식이다. 그러나 영화·가요 등 대중문화 분야는 예술요원 선발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달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올 연말부터 연예인도 예술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다. 일명 BTS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면 2590억 정도 경제 유발효과가 나오는데 빌보드에서 우승 한 번 올라가면 약 1조 7000억 정도 경제 유발효과가 있다”며 현행 병역 특례를 받는 예술대회가 42개로, 동아 콩쿠르와 전주대사습 놀이 등도 포함되는데,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에서 수상한 BTS가 특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대남(20대 남성)’이다. 2030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공정성을 저버렸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 면제를 해주는 명분과 기준이 뭐냐” “군대 갈 청년이 줄어들어서 기존 병역특례도 폐지하는 마당에 특혜를 늘리는 게 말이 되나”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병역 특례 개정안도 사실상 BTS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BTS 면제법’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얼마 전 스트레이 키즈라는 아이돌 그룹도 빌보드 1위를 했는데 그들도 면제 대상이 되나. 어떤 국가에선 방탄소년단보다 엑소 인기가 더 높다고 하는데 그럼 엑소 멤버들도 면제 대상인가"라는 지적도 들린다. 이대남은 방탄은 애초 국위선양이 목적이 아니었고, 개인적 영달을 위해 하다보니 국제 무대에서 상을 받은 건데 나라가 군대까지 빼주는 특례 제도는 더 이상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또, 대중문화가 특례 대상에 편입되면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특례 대상 대회 대부분은 국제적 위상을 국제기관이나 세계연맹 등에 인정받았다는 점과 참여자들이 한날한시에 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겨루는 경연이라는 점이 그 근거다. 특례 대상 42개 대회 중 국제대회 37개는 유네스코, 세계연맹 등 여러 나라가 모인 국제기구나 협회로부터 국제대회로서 인정받은 대회다. 현재로선 대중문화의 경우 이런 대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BTS가 수상한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도 다른 나라 시상식일 뿐, 국제대회로 인정받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또 시상식마다 평가 기준도 상이한 것도 문제다. 시상식은 참여자들이 365일 동안 다른 조건에서 경쟁하고 그에 대해 제각각 기준을 설정해 평가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병역특례의 근간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다. 그러나 병역 특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아예 군복무를 면제하는 것은 본인들에게도, 국민적 정서에도 좋을 리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군대 면제나 회피는 평생 따라다니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복무 기간을 줄이되, 국익에 최고의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중 하나가 독도 경비대이다. 물론 현재 독도는 군인이 아니라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독도에 군대는 주둔할 경우 분쟁지역이라는 오해를 낳아 자칫 영토분쟁이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군대 주둔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독도는 이미 분쟁지역이 되었다. 일본의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독도를 일본땅으로 배우고 있으며, 구글 지도에도 일본해와 다케시마가 표기되어 있다. 이런 일본의 야욕으로 인해 독도는 국제소송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 전에 방탄 찬스를 쓸 수 있다면, 소송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미 정치권에서 병역 특례를 위해 법까지 바꾸겠다는 의지가 확고한데, 군인과 경찰이 함께 주둔하는 독도 경비대의 체제를 바꾸지 못할 까닭도 없다. 이는 방탄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확실한 명분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3개월이라도 방탄이 독도를 지키는 군인만 되어준다면, 이대남의 공평성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명확하게 인지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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