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의 한 가정집에서 훔친 에어팟 때문에 철수하는 부대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이우에서 27㎞ 떨어진 호스토멜에 사는 비탈리 세메네츠 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러시아 병사가 훔쳐 간 자신의 에어팟 이동 경로를 매일 공개했다. 이는 애플사가 분실 제품을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찾을 수 있도록 도입한 '나의 찾기'(Find My) 앱(app)을 이용한 것으로, 앱은 분실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거나 블루투스로 연결될 만큼 다른 기기에 가까이 접근하면 기기를 추적할 수 있다. 세메네츠 씨는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 키이우 점령을 위해 공세를 펼칠 때 호스토멜에 들어온 러시아군 부대의 한 병사에게 에어팟을 도둑맞았다. 그는 이달 들어 러시아군이 서둘러 키이우 지역에서 철수하기 시작하자 '나의 찾기' 앱으로 에어팟 위치를 추적했다. 이 에어팟은 국경을 넘어 벨라루스 고멜시 근처로 갔다가 지난주에는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공격을 위해 러시아군이 집결하고 있는 러시아 벨고로드시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가정에서 값비싼 물건을 약탈한다는 보도가 많이 나온다며 전문가들은 이를 러시아군 무질서와 규율 부족 징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러시아 병사들이 벨라루스의 한 우체국에서 세탁기와 랩톱컴퓨터, 전동스쿠터 등을 모스크바와 옴스크, 울랴노프스크, 노보시비르스크 등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포장하는 모습이 찍혔다. 또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이 공개한 전화 감청에는 러시아 병사가 친척에게 랩톱컴퓨터와 운동화, 옷 등 쇼핑목록을 받는 내용이 들어 있었고, 이르핀에서는 케블라 방탄복을 맥북 랩톱컴퓨터와 바꾼 한 러시아 병사가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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