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화창한 날씨 속에 국회의사당 잔디밭에서 열린 취임식은 이념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가장 가난한 국가들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건장한 국가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주의사당이 지난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선동으로 인해 처참하게 짓밟힌 사건을 기억한다. 트럼프의 선거 패배를 번복하기 위해 주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폭력을 행사했던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된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온 국민과 전세계의 내빈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이 실천하고 있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취임식에는 국민의 주권이 제대로 선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겼다. 취임식의 컨셉은 ‘국민의 꿈’이었다. 애초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다른 기획의도를 선택했다. 그래서 전문 공연진이나 연예인들이 아닌, 어린이들과 청년 등 아마추어들이 무대위에 올랐다. 또, 2017년 탄핵으로 얽힌 전·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전직 대통령 가족들도 참석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부인 김윤옥 여사가 참석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자녀인 노재헌, 노소영씨,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후 전직 대통령 가족들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와 ‘도약적 성장’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특히 '자유'는 취임사를 통해 총 35번이나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등 국내외적 난제들을 언급한 뒤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 해답을‘자유’에서 찾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고 했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받게 되며,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함도 강조했다. 즉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역대 취임사 중 그래도 최고를 꼽자면 이제는 전직 대통령이 된 전 문재인 대통령의 것이었을 듯 싶다. 당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은 직후였기에 국민 누구나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을 갖고 있던 때였다. 그때 문 전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라는 취임사는 백미였다. 그를 온전히 지지하지 않았지만, 취임사에 감명받았다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탄핵 이후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출범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씁쓸히 퇴장했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지난 5년간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내로남불 국정 운영을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 하지만 지금 새 정부가 직면한 정치·경제·안보 상황은 1998년 외환위기 속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다. 물가와 환율, 유가가 동시 급등하는 ‘신(新) 3고’ 현상도 뚜렷하다. 국가 부채는 지난 5년간 415조원이나 늘었고,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다시 들썩인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과 내각 출범을 사실상 막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도 일일이 제동을 걸 태세다. 코로나 거리 두기는 해제됐지만 언제 변이가 재창궐할지 모른다. 북한은 대놓고 ‘선제 핵타격’을 위협하고 있다. 사방이 난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협치로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고, 통합의 정치를 통해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내야 한다. 우선 지난 5년간 형식화 돼버린 한미 동맹을 복구하고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 저자세로 일관한 한중 관계도 모두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와 동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펴기 힘들다.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취지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대선에서 겨우 0.73%포인트, 24만7000표 차 승리의 의미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내 편만 챙기는 국정을 해선 안 된다. 더 이상의 내로남불은 식상하다. 국민은 공정과 상식,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문 정권때처럼 불필요한 개혁을 내세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은 갈라진 국민을 통합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치열한 국익의 현장에서 생존의 좌표를 찾는 것도 윤 정부의 과제다. 세대ㆍ젠더ㆍ지역ㆍ계층 갈등 등 온갖 모순도 분출할 것이다. 그럴수록 정보 독점에 따른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한다. 이처럼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정직한 리더십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 외엔 달리 길이 없다. 늘 중도의 민심을 헤아리는 게 그 길을 찾는 방안이다. 


    야당의 협조 또한 절실하다. 국민들은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완벽하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부족한 찬성'을 더 원한다. 윤 정부가 비록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부는 아니지만, 이제 우리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서 윤 정부가 끝나는 5년 후에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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