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선교회 조완길 목사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역을 할 때에 링컨 컨티넨탈을 타고 시내를 드라이브하고 싶었다. 링컨이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링컨자동차 앞에 부착되어 있는 십자가 로고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과 같이 교회가 많은 나라였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외에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였다. 그래서 외국인의 종교 집회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은 외국인의 집회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링컨의 로고가 십자가라는 이유로 수입도 금지하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에 양 국간의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리야드 거리에서 링컨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거리를 달리고 있는 링컨의 로고를  볼 때마다 교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링컨을 통해 이슬람에 도전하고 복음을 변증하고  싶었다.  이슬람은 전적으로 행위 구원을 믿는 종교다. 여섯가지 믿음과 다섯가지 실천 교리를 지켜야 구원을 받는다. 그들은 샤리아법을 지키고, 열심히 하루에 다섯번씩 기도하고 라마단 금식과 메카에 있는 카바 순례를 한다. 종교가 삶 자체인 그들의 일상 생활을 살펴보면 종교적인 언행이 사회의 전 영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아침 인사로부터 매일의 기도, 약속, 그리고 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일까지 알라가 거론되고 종교 용어가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슬림들은 구원의 확신이 없다. 자기 자신의 죄성과 부족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의 구원은 전적으로 은혜 구원이다. 예수님이 낮아지심으로 우리를 높여 주셨고, 가난해 지심으로 우리를 부요케 하셨으며, 죄 없는 분이 십자가의 형벌을 받으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속량해 주셨다.  크리스천의 구원은 일회적이다. 그리고 날마다 그리스도의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화되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루터는 크리스천을 “의로운 죄인”이라고 정의했다. 그리스도안에서 거듭난 사람이므로 의인이며, 타락한 세상에서 죄를 지으며 살수 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통해 선물해 주신 속죄의 은혜를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영생이 보장된다(요3:16). 링컨 컨티넨탈에 달려 있는 십자가 로고가 상품에 불과하지만 예수님이 당하신 고난의 의미를 부여할 때에 구원의 확신이 없으므로 절망하는 무슬림들에게 복음의 접촉점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왜 링컨의 수입을 허락했는지 그 속내는 자세하게 알수가  없었으나 그들이 십자가를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무함마드 다음으로 중요한 선지자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고 끔찍하게 죽었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믿고 있으며,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의 상징성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슬람 세계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섬기기 위해 조직된 국제 적십자사의 로고가 십자가라는 이유로 로고를 적신월로 바꾸었다. 적신월은 빨간 십자가 대신 빨간 초승달을 그려 넣은 표식이다. 적신월 표식을 처음 제안한 것은 1877년에 있었던 러시아와 오스만 투르크간에 있었던 전쟁시였다. 그때 이슬람 군인들이 적십자가를 싫어하여 구호 요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므로 국제적십자사는 구호 요원을 보호할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그후 1929년 제네바 협정에서 적신월을 적십자사의 이슬람 세계의 표장으로 공인하게 되었다. 현재 적신월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35개국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국제 적십자사에 회원으로 가입을 신청한지 58년만에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그동안 이슬람 세계가 이스라엘의 적십자사 회원국이 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구호 단체인 ‘마겐 다비드 아돔’은 십자가를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의 전통에 따라 국제 적십자와 적신월 운동의 표장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적수정 표장을 제안하였다. 이스라엘이 적십자 표장을 거부하고 적수정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적십자가 표장이 중세의 십자군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국제적십자사는 종교, 문화, 민족적으로 다른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수정을 세번째 표장으로 공인하였다. 그래서 현재 국제 적십자사는 세개의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적십자사를 주창했던 앙리 듀낭은 스위스의 사업가였다. 그는 나폴레옹의 도움을 받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수 많은 부상병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부상병들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복음을 전해야 겠다는 사명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국적과 종교를 초월한 전시 구호 체제인 적십자사를 만들게 되었다. 그는  적십자 표장을 자신의 조국 스위스기에서 모방을 했다.  빨간색 바탕 대신에 하얀색을 사용하고, 하얀색 십자가 대신에 빨간색 십자 문양을 넣은 것이다. 국제 적십자사의 적십자 표장이 중세기의 십자군의 후예가 아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의식속에 각인되어 있는 편협한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것이 절대라고 고집해서는 안된다. 세계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힌두교 세계관, 불교 세계관, 유물론적 세계관, 성경적 세계관 등 다양한 세계관은 각기 다른 문화와 가치 체계를 만들고 문화권 속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계관은 문화의 심장으로서 모든 하위 문화의 제도와 기구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세계관의 차이는 긴장과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이슬람과 서구의 대립은 각기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모든 세계관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십자가라고 믿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