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이란압박 두마리 토끼 잡을까”

    이달 중순 중동 순방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유가 안정과 이란 압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결정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성사됐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 사우디 방문을 반대했었다고 전했다.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 2일 혼인신고를 하려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사우디는 암살 가담자들을 처벌했지만, 서방국들은 그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무함마드 왕세자를 '글로벌 왕따'로 만들겠다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의 협력이 불가피해지자 미 행정부는 화해를 모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 관리는 국제유가 안정과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 억제를 위해서는 사우디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참모들의 수주에 걸친 설득 끝에 바이든 대통령이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는 이스라엘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이스라엘은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이런 노력에 힘을 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과거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4개국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더 많은 아랍 국가와 관계 개선을 추진해왔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가 개선할 경우 중동 내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장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란뿐만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억제를 위해서도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3∼16일 중동 순방 때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사우디를 방문해 걸프협력회의(C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런 바이든 대통령의 거리 두기식 발언이 무함마드 왕세자 측근들에게 모욕적 감정을 느끼게 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인권 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왕세자를 만날 경우 인권을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약속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제프 머클리 등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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