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 성실을 먹을 거리로 삼을지어다! 시편 37, 89편

누가 꾸민 이야기입니다. 의미심장합니다. 두꺼비들의 등산 대회가 열렸답니다. 두꺼비들이 엉금엉금 산을 기어오르고 있었는데 너무 답답합니다.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야야, 이건 무리한 경기야, 엉금엉금 기어서 언제 정상에 오르겠어? 포기해.”
어떤 두꺼비들은 그 말에 힘이 빠졌습니다.
“봐봐 정상을 봐, 그렇게 언제 올라 가냐?”
그 소리에 낙심해서 하나 둘,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몇몇 두꺼비들은 이를 악물고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맥 빠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만 포기하시지. 정상에 가려면 1년은 걸릴 거다.”
드디어 대부분의 두꺼비들이 포기했습니다. 사람들의 비난에 조종 당한 거지요. 오직 한 마리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엉금 엉금 기어서 기어코 정상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성실하게 정상에 오른 두꺼비가 우승을 차지 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다 포기했는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았나요?”
“......”
그 두꺼비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승한 그 두꺼비는 귀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비웃는 소리, 쓰레기같은 소리를 아예 듣지 않았던 겁나다. 우리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소리에 조종당하지 맙시다. 말씀으로 나를 조종해야지요. 사람들에게 조종당하면 성실함이 깨져 버려요.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능력도 없고, 여건도 안좋고, 힘도, 학력도, 돈도 없고, 모든 조건이 안 좋아도 이거 하나만 있으면 성공한다. 그게 뭐냐? 성실함이라는 겁니다. 능력도 굉장하고 여건도 충분, 학력도 최고, 돈도, 모든 조건이 최적이라도 이거 하나가 없으면 실패한다. 그것이 성실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성실함이란? 이거다 했으면 정성을, 열심을 다하는 일입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거기에 조종당하지 않고, 내가 할 일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한결같이 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그 일을 사명으로 알고 즐거이 하는 것이 성실함이지요. 바로 하나님의 성품이 성실하심입니다. 우리를 성실하게 살피시며 성실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잊지 말 것입니다. 성경에서 성실함의 모델을 찾아 봅니다. 요셉, 그는 정말 성실했습니다. 노예면 노예로 성실했습니다. 죄수면 죄수로 성실했습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지 않는 상황을 만났지만 요셉은 믿음으로 그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꾼 거지요. 그래서 요셉입니다. 나중에 국무총리가 된 요셉은 형들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창45:5)
그러니까 요셉의 성실함은 무슨 일을 하든지 팔려온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셨다는 보냄을 받은 마음으로 그 일을 감당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요셉의 성실함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나는편지가 되기에 충분하겠지요. 또 한 명이 있습니다. 룻입니다. 룻의 성실함이란 처음부터 결정하고 가는 성실함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나서는 며느리 룻은 이미 결정해 버렸습니다.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성실하게 살기로,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수고하고 땀 흘리고 희생하기로, 그래서 룻은 성실함으로 그의 인생을 역전시키지요. 이방 여인으로서 예수님의 족보에 오르게 되지요. 잘못하면 영적인 나태함에 빠질 수 있는 계절입니다. 우리 요셉처럼 좌절도 낙심도 억울함도 성실함으로 극복해 갈 것입니다. 룻처럼 처음부터 결정하고 감으로 인생을 역전시키는 통쾌함도 경험할 것입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주님이 사명으로 주신 일임을 확인하고 즐거이 감당할 것입니다. 그 성실함을 먹을 거리고 삼는 의미있는 삶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요기 총 두 방만 쏴!

채플린 하면 세계적인 희극 배우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던 사람입니다.  수염을 양쪽으로 기르고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는 참 귀여운 배우였습니다. 그의 일화입니다.  어느날 채플린이 공연을 마치고 돈을 받았어요. 그리고 하숙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골목길에서 강도를 만났습니다. 강도가 권총을 들이대면서 ‘돈 다 내놔’ 하는 겁니다.  꼼짝 없이 돈을 다 날리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입니다. 그때 채플린이 이랬습니다.
“알겠습니다. 돈 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소원이 있습니다. 이 돈은 하숙집에 갖다 드려야 하는 돈인데 오늘 갖다 주지 않으면 하숙집에서 쫓겨날 판입니다.  그러니 내가 쓰고 있는 모자에 권총 두 방만 쏴서 구멍을 내 주십시오. 오늘 돈 갖고 오다가 강도를 만났다고 핑계라도 대야지요.”
강도가 듣고 보니 그렇거든요. 그만큼 양심은 있어요. 그래서 모자에 총을 쏴서 구멍을 두 방 냈습니다. 채플린이 다시 얘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것만 갖고는 하숙집 주인이 믿기 어려울 것 같으니 여기 옷에도 구멍을 몇 개 내 주십시오.”
강도는 좋다고 권총을 빵빵 쏘면서 구멍을 냈어요. 그러다 다시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데 철컥하는 겁니다. 총알이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채플린이‘야, 이놈아, 나쁜 놈아’하고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식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지혜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지혜가 있으면 사람을 살리고 절망을 소망으로 바꿀 수 있는데요.
“오늘도 일용할 지혜를 부어 주소서.”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천상병 시인의 편지라는 시입니다.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스런 적도 없진 안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네.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배고플 때 안타까웠던 내 모습을 잊을 까봐,
그걸 잊으면 안 되는 데, 배 부르다고 그 어려웠던 그 때를 잊으면 안 되는데,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서 조금 더 지혜로워질 수 있다면 시인은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오늘,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나에게 지혜가 될 수 있다면,
오늘은 의미가 가득한 날이 되겠지요.
배고팠던 나를 잊지 말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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