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화창한 날씨 속에서 제2회 콜로라도 한인 골프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골프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날씨다. 야외에서 하는 스포츠이다 보니 날씨만 좋아도 행사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고, 지난 일주일 내내 오후만 되면 소나기가 내리는 등의 예측불가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대회 이틀 전의 기상예보에도 50퍼센트의 비가 관측됐었다. 그런데 대회 당일에는 언제 그런 예보가 있었냐는 듯 라운딩을 하기에 나무랄 데 없는 날씨가 펼쳐졌다. 마치 하늘도 주간포커스와 청소년 문화재단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았다. 모처럼 모인 한인들의 행사를 축하라도 하듯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적당하고, 하늘은 쾌청했다. 대부분의 골프대회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가를 못하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대회에는 스폰서에 할당된 두자리를 제외하고 등록된 142명의 선수가 전원 참가해, 선수들의 대회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한달 전 한국을 다녀온 후, 매주 큰 행사를 치렀다. 귀국하자마자 그 주말에 콜로라도 한인 테니스 대회, 그 다음 주말에는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축제 예심, 다음 주말에는 청소년 문화축제 본선, 그리고 이번 주에 골프대회까지 마쳤다. 한달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탓에 골프대회를 마치자마자 급격한 피로가 몰려왔지만, 그래도 팬데믹 동안에 못한 숙제를 모두 마친 홀가분한 기분이 더 앞선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콜로라도에서 손꼽히는 프라이빗 골프장에서 대회를 기획하다 보니 경제적인 면에서 주최측의 부담은 컸다. 또 준비시간이 넉넉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아 변수가 생길 것이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회 3주전에 140여명의 선수들이 등록비 결제까지 마쳤고, 심지어 대회 전날까지도 출전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신문사로 전화를 해 혹시나 못 오게 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골퍼들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필자는 지난 16년 동안 수많은 행사를 열었지만, 골프대회만큼 호응이 큰 행사는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골프대회를 기획했었다. 그러다가 2021년 4월, 주간포커스가 네번째  코로나 백신 클리닉을 마친 직후, 우울한 한인사회를 위해 이제는 골프대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기회는 필요할 때 찾아왔다. 갑자기 덴버의 고급 사설 골프장인 파인허스트 컨트리 클럽의 주주인 조영석 전 한인회장과 동석한 자리에서 대회 얘기가 나오면서 대회 개최의 염원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9월에 잡혀있던 한 토너먼트가 취소되면서 우리가 골프장을 사용할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이번 2회 대회는 블랙스톤 컨트리 클럽의 회원인 제임즈 정씨의 소개로 이 골프장과의 인연을 맺었다. 일단 오로라에 위치해 있어 한인들의 접근성이 좋고, 고급스러운 클럽하우스와 아름다운 코스, 품격있는 저녁식사까지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골프장이어서 주저없이 이 곳을 선택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공정한 경기였다. 그래서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 페리오 방식'을 도입했다. 이 계산법은 주최 측의 결정에 따라 18홀 중 주로 6개 홀을 선택해서 핸디를 계산하는 방식인데, 포커스는 이번 대회에서 6개홀 대신 12개홀을 선택하는 번거로움을 택했다. 그래도 1등과 2등은 공정한 방식으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1백명이 넘는 선수들의 스코어 카드를 받아, 미리 만들어 놓은 수학 공식에 18홀에서 친 타수를 대입해 순위를 가렸다. 


    두번째 중점을 둔 부분은 경품이었다. 챔피언과 1등, 2등을 하지 못했어도 많은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경품을 준비했다. 경품이 80여 종류가 넘어 추첨 시간도 두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대회 끝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세번째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분위기였다. 마치 휴양지의 고급 호텔에서 골프를 치고 식사하는 듯한 럭셔리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참가자들로부터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멋진 대회를 열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저녁 내내 들었으니, 필자의 바람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간 것 같다.


     마지막은 상금 부분이다. 더 많은 선수들에게 상금을 주기 위해 파 3홀 전부에 근접상을 걸었다. 홀인원에 현대 펠리세이드, 기아 텔룰라이드, 현대 제네시스 등 자동차 3대가 걸렸다. 단 가장 까다로운 16번 홀은 홀인원 상품에서 제외시켰다. 이 상품들은 일종의 호객행위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대회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블랙스톤 골프장에서도 우리의 대회 규모가 엄청나다며 관심을 집중했을 정도였다.  


    이번 골프대회는 주간포커스의 창간 16주년을 맞아 준비했으며, 두가지의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팬데믹으로 우울한 한인사회에 미력하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고, 두번째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010년부터 청소년 문화축제는 벌써 8회, 동요대회는 5회째 마쳤다. 모두 주간포커스가 주최를 해왔고, 2016년부터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재단을 설립해 함께 공동주최를 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되어 왔다. 대회 전날 기금마련 골프대회에 참가한 분들에게 보여줄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지난 12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주간포커스가 콜로라도 한인사회에 값진 일을 했구나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청소년 문화축제와 어린이 동요대회 외에도 우리 2세들을 위한 여러가지 행사를 청소년 재단을 통해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간포커스가 한다면 무조건 믿고 후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두서없이 먹고 노는 행사가 아니라, 재미와 감동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함께하는 주간포커스의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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