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선교회 조완길 목사

    아름다운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굴라와 부리스길라 부부입니다. 아굴라는 흑해 남 서쪽의 본도에서 난 유대인 출신인 텐트 제조업자이며, 아내 브리스길라는 로마의 귀족 집안 출신으로 신분이 다르고 서로 살아온 문화가 다릅니다. 그런데 그들은 로마교회에서 만나게 되고,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과 사랑으로 잘 극복하며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로마귀족들은 부유하게 사는데 장래가 불확실한 남편을 만나 어렵게 살아갈 수 있으니 부모님의 반대도 당연히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가정을 이룬 아굴라 부부는, 보다 풍부하고 행복한 미래를 소망하며, 근검 절약하며 살아왔습니다. 조금씩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직원도 둘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예기치 못한 폭풍우가 부부에게 불어 닥쳤습니다.


    로마황제 글라우디오 재위 9년(주후 49년경)에 예수님이 메시야 이심을 전하는 전도자들로 인해 로마에 살았던 유대인 사회에 갈등이 심해지고 폭동까지 일어나게 되자 글라우디오 황제는 공공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로마에 거주하는 모든 유대인들에게 추방 명령을 내립니다. 그때 브리스길라는 더 이상 로마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추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부는 결국 로마에서 떠나 고린도라는 도시로 가게 됩니다.


    그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해하거나, 예민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하나님의 말씀(잠언 4: 23)을 의지하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초심을 잃지 않고, 모든 갈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믿음과 용기와 분별력을 갖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귀족 집안 출신이라 궂은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브리스길라도 남편 곁에서 열심히 일을 돕습니다.


    그 즈음에 바울이 2차 전도 여행 중 아덴을 거쳐 고린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바울이 아굴라 부부에게 오자, 생업이 같으므로, 함께 살며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말씀에 붙들려 자비량 선교를 하는 바울과, 생계를 위해 고린도에 오게 된 아굴라 부부가 만나서 같이 살게 된 것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자 아굴라 부부는 밤이 맞도록, 바울이 회심하게 된 이야기와 전도 여행담을 듣습니다. 위험 천만 했던 항해, 빌립보에서 루디아를 만나고, 교회가 시작된 일, 점치는 귀신 들린 소녀를 치유하고 감옥에 갇혔다가 종내에는 간수의 집이 구원 받게 된 이야기, 바울의 간증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반쯤 감긴 눈으로 바울을 응시하는 아굴라, 그 모습을 안스럽게 바라보면서도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어가는 바울, 귀를 쫑긋 세우고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놀라운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미롭게 바울을 주시하는 브리스길라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된 바울이, 예수님의 정신으로 모범을 보이며, 아굴라 부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가정사역이 시작된 것입니다.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게 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돈에 붙들려 있고, 어떤 이는 자녀에게 붙들리고, 어떤 이는 사람의 사상과 이념에 붙들려 있습니다. 그들은 돈이 구원이고 자녀가 구원이고 성공이 구원이고, 행복이 구원인 것입니다.그러나 사도 바울은 말씀에 붙들려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붙들리면. 내가 더 이상 내 생각에 이끌려 살지 않게 됩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주는 것은 말씀의 능력입니다. 우리는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늘 묵상하면서 성경에 근거한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세상의 아이디어, 세상의 상상력, 세상의 이념에 붙잡혀 살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 밭에는 인간의 언어, 인간의 생각, 인간의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는데, 이것을 정화하고 비워주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아침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므로 우리의 생각이 씻겨지고, 말씀이 지배하고 다스리므로, 우리가 보고 듣는 것에 지배당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가정은 진리를 논하고 가르치고 생활화하고 전달해야 할 장소입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사실이나 법칙을 말함은 물론 본을 보임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가정의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 및 가족 전체가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 살 수 있는 원리와 기술을 가르치는 가정 교육(Family Education)입니다. 더 나아가서 교회, 학교, 지역사회 등이 커다란 가정이라는 개념을 갖고 이 가정 교육은 행해야 합니다.


    가정을 이루는 목적과 이유를 우리는 잘 알아야 합니다. 부부는 벌거벗어도 부끄럽 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또한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주님을 함께 바라보며, 진리 안에서 한 팀을 이루는 것입니다. 목회자와 한 팀을 이루고, 혹은 자녀와, 때론 다른 부부와 한 팀을 이루어, 이웃의 필요와 아픔에 열려 있는 부부가 되어야 하고, 소명을 발견해서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게 하신 뜻은, 함께 살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복음을 전하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내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복음을 듣고, 삶의 목적인 구원을 받게 되면, 본업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제야 인생이 비로서 정리가 됩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는 일, 하나님 나라가 되는 일,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정의 사명은 하나님의 말씀이 삶의 출발, 삶의 기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내 생각, 내 가치관, 내 세계관을 고집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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