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 내가 할 일을 알았도다! 누가복음 16:1-13

오늘 말씀은 좀 난해한 말씀입니다.  분명히 불의한 청지기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낭비했어요. 주인이 불러서 해고 통보까지 했어요.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하는 사람인데, 잘못 관리했으니까 해고 시켰어요. 이제 끝났어요. 그래서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의 마무리는 처음과는 전혀 달라요. 역전됩니다. 불의한 청지기를 해고시켰던 주인은 오히려 이 청지기를 칭찬하는 것으로 끝나요. 그리고 주인의 재산에 손해를 끼쳤던 모든 잘못, 모든 허물을 다 덮어 주시고 용서해 주시는 분위기로 말씀이 끝나요. 이게 뭐지요? 무엇이 주인의 마음을 이렇게 바꾼 거지요? 해고시킬만큼 불의한 청지기인데 이제는 주인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주인의 마음에 쏙 들게 된 이유가 뭐지요. 그 이유를 오늘 성경 말씀은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뒤에 불의한 청지기가 지혜롭게 일을 처리했다는 겁니다. 이것이 주인의 마음을 감동시켰어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사람이 누구냐?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옳지 않은 일을 해서 해고시켰는데, 그의 허물을 덮어 주시고 용서하실 뿐 아니라 칭찬까지 하신 그 결정적인 이유는 지혜였어요. 오늘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를 통해서 주인의 마음을 감동시킨 지혜가 뭐냐를 찾는 것은 우리의 인생 가운데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요? 첫째, 불의한 청지기는 자신의 잘못을 사실 그대로 깨끗하게 인정합니다. 여기에 변명이나 핑계가 없습니다. 말하려면 할 말이 왜 없겠어요? 그러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집니다.성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다윗입니다. 성경은 그렇게 다윗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럼 성경은 왜 그렇게 다윗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다윗도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는 엄청난 죄를 범하지요. 그러나 유대인들은 다윗보다 밧세바가 더 나쁘다고 말합니다. 왕이 다 보는 걸 알면서도 거기서 유혹하려고 목욕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윗은 구약 성경 어디서도 밧세바가 나를 유혹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끗하게 인정하지요. 이 정직하고 깨끗한 마음이 주님이 좋아하시는 지혜인 것이지요. 내 잘못이라면 변명이나 핑계대지 말 것입니다. 이것이 불의한 청지기의 첫 번 째 지혜지요. 둘째는 해고를 당했는데,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할 일을 찾고 깨닫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될대로 되라 할 것 같은데, 불의한 청지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다했던 거지요. 어떤 순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그 일에 성실을 다할 것입니다. 불의한 청지기의 마지막 지혜는 탁월합니다.
“땅을 파자니 부끄럽고 빌어 먹자니 부끄럽다. 그러니 빚진 자들을 불러다 탕감해 주자.”
그러면 나중에 자신을 환영해 줄 것을 내다 본 거지요. 이것이 주인의 마음을 감동시켰습니다. 어쩌면 탕감시키는 일 자체도 잘못이지만 주인은 불의한 청지기가 저 앞을 내다보고 오늘 할 일을 하는 지혜를 더 크고 귀하게 보신 거지요.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우리가 지혜롭게 행할 때, 그렇게 좋아하신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지혜로운 자를 좋아하십니다. 솔로몬이 지혜를 구했더니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까지도 주신다고 약속하셨지요. 우리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를 우리의 지혜로 삼을 것입니다. 내 잘못이라면 변명이나 핑계대지 말고 깨끗이 인정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정직할 것입니다. 어떤 순간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 앞을 내다볼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주님의 칭찬을 가져오는 지혜로 가득한 한 주간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좋은 질문하기

상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입니다. 문제가 있는 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반복해서 훈련시키는 일 중에‘좋은 질문하기’가 있어요.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좋은 질문 보다는 안 좋은 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지요. 반복해서 안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누굴 만나면 질문으로 시작하잖아요. 안녕하십니까? 평안하시지요? 이런 질문은 괜찮은데, 어디 안 좋으신가요? 피곤해 보이시네요? 그러면 그런가? 질문한 쪽으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내가 피곤한가? 내가 그렇게 보이나? 이렇게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질문이 있어요. 저는 젊은 시절엔 너무 빼빼 말라서 만나는 사람들이 종종 물었습니다.
“어디 아프세요? 어디 피곤하세요?”
그러면 저는 괜찮은 데, 질문을 들으니 내가 아픈가? 내가 피곤한가? 이걸 생각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대답이 나오고 나쁜 질문을 하면 나쁜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아이가 돌아왔어요? 엄마가 질문합니다.“오늘 누구하고 싸웠니?” 그러면 그때부터 아이는 학교에서 싸운 걸 찾기 시작하지요. 내가 누구하고 싸웠지? 질문이 나쁘니 나쁜 걸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좋은 질문은 이런 겁니다.
“야, 오늘 엄청 좋은 일 있었나 보네?” 그래야 오늘 있었던 일 중에서 좋은 일을 찾아서 생각하지요.
우리 한 번 점검합시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어떤 질문을 반복하고 있을까? 좋은 질문일까? 나쁜 질문일까? 질문만 갖고도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네요. 

▷상처를 훈장으로 만들기

미국 애틀랜타의 한 야구장에서 구두 닦는 흑인 소년이 있었습니다. 손님들의 구두를 닦으면서 겉으로는 명랑했지만 또래 아이들을 보면 속상하기만 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하게 태어났을까?’ ‘나는 왜 피부색이 검을까?’ ‘나는 왜 구두를 닦아야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날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그 소년의 유일한 취미는 선수들이 친 야구공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구두를 닦으러온 야구 해설가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야구공은 어떻게 저리도 시원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거예요?”  야구 해설가는 자세히 설명을 해 줍니다.
  “야구공을 자세히 보면 온통 실로 꿰맨 상처로 가득하지. 바로 그 상처 때문에 보통 공보다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단다.”
  “상처 때문에요? 시원하게 날아간다고요?”
  “그럼.”
  상처 때문에 공은 더 멀리, 시원하게 날아간다는 말에 소년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년이 제 7대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가나의 코피 아난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남겨진 수많은 상처들, 가난과 열등감과 고통과 멸시라는 상처들 때문에 더 시원한 포물선을 그리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상처는 감추어야할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훈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내게 있는 상처들 때문에 내 인생이 시원하게 창공을 나를 수 있다면 상처는 곧 훈장이 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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