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각종 협박에 시달려온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로이터통신이 미국 내 지역 선관위 30곳을 조사한 결과 15곳이 사무실에 비상 버튼을 설치하거나 경비원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고 답했다고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콜로라도주 제퍼슨카운티는 투표소에 경비원을 배치하고,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서는 유권자가 선거 당일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벨을 누르면 입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플로리다 탤러해시 레온카운티에서는 선관위 직원들이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로 벽을 강화한 건물에서 개표하기로 했다. 또 직원들을 대상으로 총격 대비 훈련을 하고, 총탄과 폭탄에 견디는 유리와 보안카메라를 설치했다. 지역 선관위들은 소동이 일어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사법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이 '사기'라고 주장한 이후 선관위 직원들을 상대로 한 트럼프 지지층과 음모론자 등의 협박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법무부는 2020년 대선 이후 선거 담당 직원들이 받은 1천개 이상의 메시지를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100개 이상은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6일에는 선관위 직원을 위협한 네브래스카주의 한 남성이 법원에서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시간주 오타와카운티의 서기인 저스튼 로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다른 후보들도 선거제도를 의심하도록 자극하는 등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말했다. 다수 선관위 직원은 중간선거 때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할까 걱정하지만,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보안 강화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리노이주 섐페인카운티의 선거사무원인 에런 에몬스는 일부 방문객이 사무실 구조와 직원들을 위협적인 태도로 촬영한 이후 사무실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려고 했다. 그와 아내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딸을 위협하는 익명의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표적이 된 기분"이라며 "우리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에 있지만 제복을 입은 이들(군인, 경찰 등)만큼 보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선관위는 직원 유지 및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필라델피아시는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일할 직원의 일당을 $120에서 $250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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