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인구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기준 러시아의 인구는 연초보다 47만5천500명이 감소해 1억4천510만 명에 도달했다. 현 인구는 옛 소련이 붕괴한 지난 1991년의 1억4천830만 명보다도 320만 명이나 줄어든 규모다. 모스크바 가이다르 연구소의 인구학 전문가인 이고리 예프레모프는 "예상대로 향후 몇 개월 동안 군사작전이 계속되면 러시아의 내년 출생아 수는 120만 명 이하에 그칠 것인데, 이는 러시아 현대사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출산율이 여성 1명당 1.2명에 이를 수도 있는데, 이는 러시아에서 1999~2000년에 단 한 차례 나타났던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산하 국제 인구·보건연구소 연구원 옐레나추릴로바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많은 부부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출산을 미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 우리는 더 낮은 출생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가임기 여성의 수가 약 3분의 1로 감소하면서 심각한 인구 위기 조짐을 겪어 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망률, 이민으로 인한 인구 유출 등도 위기를 키웠다. 이런 와중에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30만 명 동원령, 동원령을 회피하려는 남성들의 해외 도피 등은 올해부터 인구를 안정시키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목표를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 인구문제는 주요 정책 이슈 가운데 하나였으며, 그는 바로 지난해 "러시아 국민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국가 과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올해 인구 감소 현상을 멈추게 하고 2030년에는 증가세로 돌리려는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 내부 보고서는 이러한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2030년에 41만6천700명의 인구 감소를 전망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러시아 경제학자 알렉산드르 이사코프는 "러시아의 인구는 감소해 왔고 전쟁은 이민, 출산율 저하, 전사자 등으로 감소 폭을 더 키울 것"이라면서 "이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예산 정책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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