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기준 손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할 때 생기는 경쟁 제한 효과를 더 엄격하게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먹통’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자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개별 상품·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플랫폼 M&A가 기업결합 안전지대 또는 간이심사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와 결합하는 경우는 공정위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개별 사례만 놓고 보면 경쟁 제한성이 없더라도 플랫폼 사업자가 여러 시장에 걸쳐 복합 지배력을 갖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대체로 둘 이상의 이용자 집단을 연결하는 다면성을 띤다. 카카오T가 승객과 택시 기사를, 카카오 선물하기가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연결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이 경우 간접 네트워크 효과, 즉 한 집단의 이용자가 많을수록 다른 집단에 속하는 이용자가 누리는 가치가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유료 서비스와 무료 서비스가 혼재돼 있고 여러 서비스가 연계성을 띠는 점, 시장 경계가 불분명한 점 등도 플랫폼의 특성이다. 공정위는 이미 플랫폼 분야 기업결합 심사 때 이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관련 용역을 처음 발주했는데 유찰과 재공고를 거쳐 지난 7월 초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연구 과업 지시서에서 “온라인 플랫폼 M&A는 기존 플랫폼에 새로운 서비스를 연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연말께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내년 중 심사 기준을 개정할 전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 8월 말까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M&A 심사 건수는 78건이다. 공격적인 M&A를 펼쳐온 기업집단 카카오의 계열사는 올해 5월 1일 기준 136개로 1년 전보다 18개 늘었다. 4년 전인 2018년(72개)의 1.9배다. 네이버의 계열사 수도 54개로 4년 전보다 9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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