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우디 관계 악화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간 개인적 불신과 적대감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지정학적, 경제적 여건 변화로 이전부터 냉각돼온 양국 관계가 두 지도자 간 불신과 적대감으로 더욱 악화하면서 균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미국 반대에도 감산을 결정한 것은 양국 지도자가 양국의 전략적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의 관계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지 원한다고 밝혔으며,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미국은 사우디의 국토 안보를 보장해주고 사우디는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경제에 석유를 계속 공급한다는 암묵적 이해를 바탕으로 1940년대부터 정립돼온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양국 정부 내에서는 두 정상이 각각 상대방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 인사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비공개로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고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실수를 비웃고 지적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빈살만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일 때부터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고 자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훨씬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지도자 간 불신과 적대감에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암살된 사건이 크게 작용했고 두 사람 사이에 여전히 가장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고 예멘 후티 반군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철회했으며, 결정적으로 카슈끄지 암살 배후가 빈살만 왕세자라는 정보보고서를 공개해 빈살만 왕세자의 분노를 샀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아군과 적군을 가릴 기회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석유 감산 등을 통해 러시아에 이익을 안겨주는 행위를 하는 것도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의 양국 관계 전개를 점쳐볼 수 있는 시험 무대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3가지 일정이 예정된 12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OPEC 플러스는 12월 초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와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 원유가 상한제도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양국 정부가 부분적인 협력을 재개해도 정상 간 직접 외교를 가로막는 불신과 적대감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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