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주민이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지 12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미주 한인의 날, 김치의 날, 한복의 날, 한글의 날, 태권도의 날 등이 제정되면서 한국인에 대한 위상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행사들이 열릴 때마다 한인 단체들은 태극기 게양식을 하고 교계에서는 조찬 기도회, 감사예배, 찬양 축제, 축하 공연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은 적잖은 한인들이 정치권에 도전장을 내밀어 한인사회 권익 신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이런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올해 한국정부가 발표한 미주 한인 수는 260만 명 정도다. 특히 콜로라도는 4만7천명 정도로 추산되어 미국에서 14번째 한인 인구가 많은 주로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한국 외교부는 매년 외교백서를 발간하는데, 정부에서 제시하는 숫자에 대한 신빙성은 오래전부터 의심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 4만7천명이라는 수는 인구 대비로 한국 총선 및 대선을 위한 해외 투표소를 설치하는 정부의 정책에 의거, 투표소 유치를 위해 지역 단체로부터 다소 높게 조작되어 한국 정부에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한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미국 내 한인 이민자 통계는 여전히 미국정부의 공식 이민통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외교부가 최근 발표한 ‘2021 외교백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는 42만 6,643명이었다. 이는 정작 영주권을 발급한 미 연방정부의 통계와는 1.5배 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한국 정부의 통계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국토안보부(DHS)가 공개하고 있는 ‘2019년 영주권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영주권자 인구는 약 29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 정부의 통계보다 13만 7,000명이나 적다. 한인 유학생수 현황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한국 외교백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미국 내 한인 유학생 수는 7만 7,717명이다. 그러나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유학생 및 교환 방문자 관리시스템(SEVIS)에 따르면 2020년 1월 미국에서 유학생 비자와 직업훈련 비자 등을 받은 한인 유학생은 5만9,421명으로 집계되었다. 한국 통계와 2만명 가량 차이가 난다. 이뿐만 아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미국 내 한인 이민통계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곳 콜로라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는 한인 인구를 약 3만 정도로 추산한다. 이 숫자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인구조사인 센서스의 결과에서도 뒷받침되는 수이기도 하다. 10년마다 미 전체에서 실시되는 인구조사 센서스가 2020년에도 실시됐다. 센서스국은 2020년 콜로라도 인구가 5,773,714명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에 비해 744,518명이 증가한 수다. 이중 아시아 계통 주민들의 국적별 분포는 중국이 32,485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24,222명, 한국인 24,122명, 필리핀 15,463명, 일본 11,113명, 기타 32,800명이었다. 알다시피, 인구조사는 센서스국의 직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했고, 만약 조사에 응하지 않은 가정의 경우에는 몇 번씩 찾아가 귀찮게 조사를 했을 정도로 반 강압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체류신분을 떠나 거주인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센서스에 참가했고, 그 결과로 추산된 한인 인구는 2만4천명이었다. 여기에 10퍼센트, 최고 30퍼센트를 더한다고 해도 한인은 3만명 정도이다. 콜로라도주와 센서스국에서 공식 발표한 인구수로 본다면 한인 수는 콜로라도 전체 인구의 0.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권자의 수는 센서스의 결과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러한 수적 열세 때문인지 이곳 한인들은 개인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나 한 명이 무슨 힘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허물어지기 쉬운 모래성 같은 한인사회의 위상을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과 참여가 절실하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나’와 ‘너’가 모여 ‘우리’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기회가 바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11월 8일에 실시되는 콜로라도 주민투표 및 미국 중간 선거의 우편마감이 다음주 월요일이다. 중간 선거는 대통령을 뽑지 않는 선거인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간 선거는 2년 전 선출된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 중간 평가로도 인식되면서 집권당에 불리한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콜로라도를 제외한 많은 주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일찌감치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강세인 콜로라도에서는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 주지사, 부주지사, 주 법무장관, 국무장관, 재무장관,  주 상원의원, 주 하원의원 등 굵직굵직한 자리들이 일제히 주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가 주목할 구역은 주 상원의원 27구역으로, 한국계 탐 김(Tom Kim, 공화당)이 민주당의 탐 설리번 후보에 맞서 주 상원의원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다소 침체되어 있던 민주당 캠페인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낙태' 이슈였다. 지난 6월 말 연방대법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민주당은 호재를 만났다. 근 50년 당연한 권리로 여겨졌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많은 주에서 한순간에 없던 일로 되는 위기를 맞자 분노한 여성들과 민주당 유권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법 결정 이후 민주당은 낙태 관련 광고에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 붓고 있다. 표심을 잡을 핵심이슈가 낙태라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범죄’를 캠페인 주제로 내세운다. 민주당이 범죄에 너무 온건해서 치안이 불안하다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낙태’가 민주당에 호재라면 공화당은 ‘경제’라는 호재를 만났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침체 전망이 나오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사안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낙태를 금지하려는 공화당과 생식권을 보호하려는 민주당 중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 사회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필요하다. 민주당은 진보적 정책들로 사회가 전진하게 하고 공화당은 보수적 시각으로 사회적 안정을 추구한다. 그렇게 양날개가 되어 사회는 탄탄하게 발전해 나간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 공화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보다 불신과 미움을 부추기며 거짓 주장을 일삼는 불량 후보들을 걸러내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각자 판단에 따라 선택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선거까지 2년의 정치는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모두 공평하게 한 표로 목소리를 내고 투표 결과에 모두 승복하는 것. 이러한 민주주의에 절차에 우리 콜로라도의 한인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투표 참여는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그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민자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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