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을 받은 시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과 함께 양산 사저로 데려갔던 풍산개를 파양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지 하루만에 아예 사저에서 내보내 동물병원으로 보내버렸다. 이 난리통에 개 문제까지 얹혀놓은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2마리,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 받았다. 이 풍산개 커플은 한국에서 새끼 7마리를 낳았는데, 모두 다른 지역에 입양보냈고 ‘다운이’ 한마리만 청와대에서 부모견과 함께 지내왔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떠나 지금까지 경남 양산 사저에서 지내왔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더 이상 개들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지난주 행정안전부에 전달했고, 곧바로 이행했다. 이 같은 ‘파양 통보’는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담당부처와 얘기를 마쳤던 250만원 규모의 개 관리비 예산지원에 대해 새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선이 끝나고,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청와대 풍산개 가족의 거취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3월 28일 문 당시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풍산개에 대해 운을 띄웠다. ‘곰이와 송강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던 것이었다. 개와 고양이 7마리를 키우는 윤 당선인은 ‘반려견으로 키우던 사람이 계속 키우는 게 맞다’는 취지에서 “대통령께서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고 싶다”고 답했다. 그래서 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날에 문 전 대통령 측 오종식 당시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과 윤석열 정부 측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이 협약서를 작성했다. 풍산개 3마리를 위탁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개 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곰이와 송강이 관련 위탁협약서’라는 제목이었다. 협약에 따라 행안부 내부에서는 한달 기준 개 밥값 35만원, 의료비 15만원, 관리 용역비(개 사육사비) 200만원 등 총 250만원의 예산 편성안이 만들어졌다. 법상 선물받은 송강이와 곰이만 국가 소유지만 협약서에는 새끼인 다운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현 정부가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했고, 문 전 대통령 측은 “그렇다면 도로 데려가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현재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는 반려견 마루와 토리, 반려묘 찡찡이도 함께 입주해있다. 그러나 당시 곰이와 송강이는 현행법상 추가 조치 없이는 양산 사저로 가는 것이 어려웠다. 공직자윤리법 15조에 따르면 공직자가 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소속 기관장에 신고를 하고 선물을 인도해야 한다. 또 해당 선물은 국가에 귀속된다. 곰이와 송강이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공무 중에 받은 선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국가 소유인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곰이와 송강이는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 즉 문 전 대통령이 퇴임을 하더라도 곰이와 송강이는 법적으로는 문 대통령을 따라갈 수 없는 신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곰이와 송강이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이었다. 생명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통령 기록관으로 옮길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올해 초 관련 법령 개정으로 다른 ‘기관’이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전직대통령법에 따르면 전직대통령은 고위공무원인 비서관들과 사무실, 경비 등을 정부로부터 제공받는 일종의 기관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편성안은 반년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행안부와 법제처 안팎에서 “의무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키우겠다고 했는데 예산 지원이 왜 필요한가” “사육사 인건비까지 예산 지원을 해야하나”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 외에도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을 많이 키우는데, 예산이 다른 동물에 적용되지 않는 것을 검증할 수 있느냐” 등의 다수의 반대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풍산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거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통일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남북 정치쇼에 이용되고, 여야의 정치싸움에 휘말려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곰이와 송강이를 동물원에 보내는 방법도 거론됐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우리와 두리를 선물 받았다. 우리와 두리는 그해 11월 서울대공원에서 전시됐고, 2013년 4월과 10월에 각각 자연사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들도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받는 반려견의 일생을 살지 못했다.


     문 전대통령은 연봉 2억3922만원, 매달 139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국민연금으로 매달 1400만원도 받는다. 전직 대통령법에 따라 연금 외에도 교통비·통신비 등 예우보조금(3억9400만원), 비서실 활동비(1억4천만원), 차량 지원비(1억2천만원), 국외여비(8천5백만원), 민간진료비(1억2천만원), 간병인 지원비(8천7백), 경호동 건축비(49억) 등도 받는다. 물론 연금 및 기타는 모두 비과세이다. 또 대통령 보수 연액의 70%를 받는 '유족연금'도 받는다. 참고로 현재 전직 대통령은 모두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법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했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등에는 연금 등 대부분의 예우가 사라진다. 따라서 징역형이 확정된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연금을 수령하지 못한다. 


     아동양육수당 30만원, 기초노령연금 40만원이 문 전 대통령이 만든 세상이었다. 그런데 풍산개 양육비가 250만원이라니,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예산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풍산개들이 정부 소유더라도 본인이 4년을 키웠기 때문에 정이 들 만큼 들었을 텐데, 비용을 이유로 파양을 하겠다니 도의적인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새끼도 함께 파양하겠다고 하다가, 곰이와 송강이만 일단 내보냈다. 생활이 어렵고, 알러지가 있어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키우던 개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개들 마음의 상처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적으로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톡톡히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빌미로 개를 파양하겠다고 하니, 개 두 마리도 건사 못하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겼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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