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이 20일 막을 올렸다. 월드컵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그리고 중동 국가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12월 19일까지 29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필자에게 이번 월드컵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이유는 카타르가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로 방탄소년단(BTS)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방탄의 정국이 대회 주제가를 공연하면서 다시한번 한류의 위상을 높혀준 장면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만큼이나 전율을 느끼게 했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옆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국가로, 사실 월드컵을 주최할 정도의 역량을 가지지 못했다. 국가 전체 크기는 중동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로, 한국의 수도권 면적보다도 작다. 우리에게 카타르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린 2006년 아시안 게임이 열리면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이슬람국가답게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특히, 금기사항들이 많은데 가장 큰 부분은 복장과 음주이다. 스포츠 관람을 위해 숏팬츠와 나시티를 입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왁스’(WAGs·Wives and Girlfriends·선수 아내·여자친구)의 옷차림을 볼 전망이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 월드컵 대회 사상 유례없는 복장 규정을 내놓은 탓이다. 대회 전부터 선수들의 아내 또는 여자친구들은 카타르를 방문할 때 단정한 옷을 입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복장에 관한 법적 규제는 없으나 어깨 등이 노출된 상의나 무릎이 드러나는 짧은 치마, 레깅스 등은 공공장소에서 입지 말 것을 권고했다.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여행을 망칠 확률을 높이고 싶지 않다면 규정을 잘 따르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규정에 따르면 남성은 최소 무릎 아래까지 가리는 바지를 착용해야 한다. 또 여성은 항상 몸을 가려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월드컵 기간이라도 경기장 외부 지정 구역에서 맥주를 팔기로 했으나,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주류 판매 계획을 철회하면서 관람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작은 땅에, 수많은 금기사항을 지켜야 하는 나라임을 알고도 전세계인들 축제인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재력 때문이었다.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개최를 위해 쓴 총비용이 2290억 달러에 이른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의 15배가 넘는 액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지난 4년간 75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FIFA의 수익이 약 25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람 티켓 판매 규모 면에서도 기대 수익을 웃돌았다. 10월 중순 이미 300만 장의 티켓이 매진됐는데, 카타르 국민이 28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이 대거 구매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러시아 월드컵 판매 티켓은 240만장 규모였다. 


     그러나 미 경제전문지에 따르면 카타르는 순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같은 초대형 이벤트들은 전세계로부터 손님을 끌어들이고, 전세계에 주최국과 주최도시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이러한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억달러의 돈과 수십만평의 땅, 수십만명의 방문객과 수만명의 선수 및 운영요원, 보도진을 수용할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적자폭과는 상관없이 지구촌의 월드컵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년만의 원정대회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우리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자랑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이탈리아에서 10월의 선수상을 받으면서 괴물같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민재, 극적으로 합류한 ‘골든보이’ 이강인까지,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 한명한명의 기량이 모두 출중하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손흥민 선수이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손흥민 뛸 수 있을까” 손흥민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4일부터 따지면 우루과이 경기까지 계산해보면 20일 정도가 경과할 것이다. 아무리 회복력이 빨라도 그라운드를 마음껏 뛰어다니려면 적어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의학적 답변은 사실 ‘못 뛴다’에 가깝다. 그로선 서른 살 최전성기에 맞이한 월드컵을 단 1분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와 A 매치에서 골을 넣고 손흥민이 짓는 미소는 국민의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주는 백만불짜리 청량제와 같았다. 


     그러나 그런 그도 참 많이 울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차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자신이 골을 넣고도 1대2로 지면서 16강 진출이 어려워지자 “국민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2014년 브라질에선 알제리전에서 처음 월드컵 골 맛을 보고도 2대4 패배 후 땅을 치고 통곡했다. 벨기에와의 최종전 패배 때도 그의 눈물이 그라운드를 적셨다.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선 비교적 약체로 평가된 온두라스에 0대1로 발목을 잡히자 그라운드에 엎드린 채 펑펑 울었다. 승부욕, 책임감 강한 손흥민은 다소 무리하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손흥민이 월드컵 무대에서 특유의 감아차기 슛으로 상대 골 그물을 세차게 흔드는 그 순간을 정말 보고 싶다. 그러나 팬들은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절대로 무리하지 말아 달라’ 와 같은 우려성 댓글이 많이 달린다. 애매한 상태에서 이번 월드컵을 뛰다간 그의 선수 인생에 악영향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은 24일 새벽 6시(덴버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펼친다. 당연히 첫 상대인 우루과이전에서 이겨야 16강으로 가는 길이 평탄해질 것이다. 하지만 피파랭킹 14위인 우루과이는 남미의 강호다. 포르투갈은 9위로 우루과이보다 더 강하다. 비교적 쉬운 상대로 알려진 가나지만 유럽에서 뛰고 있는 최고의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조편성이 만만치 않다. 


      4년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할 만큼 했다 라는 국민적 평가를 받았다. 수비수 김영권과 공격수 손흥민의 연속 골을 앞세워 ‘전차군단’독일을 2:0으로 완파, 세계 57위였던 한국이 세계 1위인 독일을 격침시키면서 전세계는 깜짝 놀랐다. 그때 한국 축구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4년 전보다 더욱 성장된 모습으로, 최강 대한민국팀으로 거듭나길 응원한다. 설령 16강 진출이 좌절되더라도 대회를 위해 오랜 시간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에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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