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장로교회 김병수 담임목사

    2022년 성탄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년 성탄절이 되면 사람들은 가족들과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고마움과 사랑을 나눕니다. 상품을 파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특별 세일을 준비하고 고객들의 지갑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꼬마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산타 할아버지가 과연 어떤 선물을 놓고 갔을까 밤잠을 설치다가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일찍 잠에서 깨기도 합니다. 


    저도 어릴 때 받은 선물 가운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되던 때였습니다. 어머니에게 축구공을 하나 사달라고 조른 것입니다. “엄마 갖고 싶은 축구공이 하나 있는데 사주세요.” 어머니의 대답은 “지금 그 돈이 없는데…” 였습니다. 어머니가 사주지 않는다고 해서 순순히 물러설 정도로 철이 든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엄마 축구공… 엄마 축구공…” 몇날 며칠을 졸랐습니다. 어머니가 돈을 모으셨는지 어느날 제 앞에 축구공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냥 고무로 된 공이 아니라 가죽 재질을 가지고 있는 멋진 축구공이었습니다. 너무 신이 나서 축구공을 끌어 안고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축구공을 집 안에 가만히 가지고 있다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축구공을 가지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골목에서 저희 집 담벼락에 공을 차기 시작했습니다. 신나게 공을 차고 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마지막으로 찬 공이 조금 위로 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집 바로 옆집의 담 위에는 쇠고랑같이 생긴 방범용 철제물이 꽂혀 있었습니다. 제가 찬 공이 거기에 날아가서 정통으로 맞더니 그냥 “피식~” 하고 바람이 빠져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은 그 날 운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그 바람 빠진 공을 들고 어린 마음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공에 바람이 빠지면서 저의 모든 기대도 바람을 맞고, 축구를 하겠다는 희망도 바람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재미난 이야기이지만 그날 제가 받은 충격과 낙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받고 싶어 하고 손에 넣고 싶어하는 선물들이 다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실 그렇게 소원하고 가지기를 원했지만 우리의 손에 쥐어졌던 선물들은 다 시들고, 낡고, 바람 빠지고 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성탄절에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귀하고, 소중한 선물은 무엇일까요? 성탄절마다 거리에서 방송으로 들려오는 머라이어 캐리의 성탄절 캐롤송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모든 것은 바로 당신”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아요. 내가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에요. 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있는 선물에는 관심 없어요…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모든 것은 바로 당신이에요.” 성탄절에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들의 가족과 우리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들의 삶은 의미가 있고 그들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과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아들 친구 한 명이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들이 타 주에 있어서 제가 아들을 대신해서 병실을 몇 번 방문해서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 친구를 위해서 기도해 주고, 병실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아들을 위해서 함께 기도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다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홀로 병실을 지키면서 간호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어머니와 같은 가족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성탄절에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 되어 준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사랑하고 돌보아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고마움과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성탄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 이 성탄절에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은 무엇일까요? 그분은 바로 성탄절의 주인공이 되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구약 성경 이사야서에 보면 죄인들의 구원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한 아기를 선물로 보내주시겠다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 (사 9:6)  


 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셨는데 그분은 겸손하게 아기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병자와 가난한 자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자기를 낮추시고, 비우시고,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셔서 죄인들의 죄를 지고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겸손히 아기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들에게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세상의 다른 선물들은 다 낡고, 닳고, 사라지고, 바람 빠지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성탄절에 주어진 가장 귀한 선물, 절대 없어지지 않고 바람 빠지지 않는 선물은 우리를 사랑한 사람들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우리같은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시고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이 두 사랑을 가슴에 끌어안고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면 우리의 사랑, 소망, 희망은 절대 시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어준 이들에게 나 또한 그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기를 다짐하는 복된 성탄절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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