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의 블루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떨쳐내려는 듯, 올해의 크리스마스에는 신나는 캐롤송과 구세군 종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진 듯하다. 상점마다 걸려있는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은 로맨틱하면서도 차분함, 화려하면서도 따뜻함, 행복이 넘치는 크리스마스를 물신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전쟁의 화염과 어둠속에서 2022년을 마무리 하고 있는 국가도 있으며, 우리 또한 여전히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콜로라도 한인사회도 다사다난했다. 무엇보다 2022년은 콜로라도 한인사회가 활기차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 방역정책이 풀리면서 많은 케이팝 그룹들이 콜로라도를 찾으면서, 콜로라도가 미국내 새로운 한류의 도시로 떠오른 한 해였다. 또, 테니스대회, 골프대회, 볼링대회, 합창단 연주회, 찬양콘서트 등 다양한 스포츠와 문화행사가 열려 침체되어 있던 한인사회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었다. 주류 정치인들은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과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그 어느 해 보다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높아진 한인사회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뚜레쥬르 3호점, 비비큐 치킨, 데블앤엔젤 아이스크림, 무봉리 순대국, 명랑핫도그, 파리바게뜨 등 한국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고, 미스터 탕, 팔팔핫도그, 애니꽃집, 두부이야기 등 다양한 업체들이 새로 문을 열면서 한인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말에 들리는 한인회의 통합소식은 2023년에는 화합하는 한인사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한국은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한해였다.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빼앗긴 정권을 5년 만에 되찾아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이었다. 윤 대통령 당선과 지방선거의 승리는 정권심판이라는 민심이 정권안정 여론을 누른 결과로 평가됐다. 또, 2022년은 K 콘텐츠가 활짝 꽃을 피운 한해였다. 콜로라도에서도 공연을 했던 18세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되었으며,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 배우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둘은 나란히 칸의 남자가 되었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는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이 부문 최초의 비영어권 수상자가 되었다. BTS와 블랙핑크 등의 케이팝의 돌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코로라 방역 완화로 일상의 회복 등도 한국의 주요뉴스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슬픈 일도 있었다. 핼로윈을 맞아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이태원에 몰렸고, 좁고 경사진 골목에서 수천명이 엉키면서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20, 30대 젊은이들이어서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집단 슬픔에 빠졌다.    


    미국은 우울한 경제가 주를 이루는 한 해였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40여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연초 제로금리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4.5%까지 높였다. 모기지 이자는 9%대까지 올라가면서 주택시장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또,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됐던 민주당이 깜짝 선전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동력 유지 발판이 마련된 것도 미국의 주요뉴스이다. 지난주에는 연방의회 조사 특별위원회가 연방의회 폭동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적 기소를 권고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도 주요뉴스에 포함될 만하다.


    국제적으로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중국 장쩌민 전 국가주석 사망,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사망,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망, 가상화폐 붕괴 등이 주요뉴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일 것이다. 러시아는 며칠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으며, 이 전쟁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얼마 전 타임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1년, 국제투명성 기구의 부패 인식 지수(CPI)에서 유럽 최하위인 러시아 다음이었다. 마치 한국의 60년대처럼 부패가 만연하여, 무슨 일이든 뒷돈을 줘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강해졌고 거듭났다. 지난 21일,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는 미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그의 26분간 연설에 33번의 박수가 터졌는데, 그 중 21번은 기립박수였다. 미 의회가 그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10개월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그 어느때보다 추운 성탄절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들을 향한 응원의 물결이 또한번 일렁이고 있다.


    주간포커스 또한 그 어느 해보다 숨 가쁘게 2022년을 달렸다. 올해 초 콜로라도 한인사회 최초로 주류사회의 대형 인쇄소를 인수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는가 하면, 10년만에 웹사이트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인터넷 신문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고,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유일한 인터넷 쇼핑몰인 ‘핫딜’도 대폭 개편해 동포사회의 생활에 편의를 보탰다. 무엇보다 콜로라도 한인 테니스대회(4회, 7월16일),  청소년 문화축제(8회, 예심 7월23일, 본선 7월30일), 골프대회(2회, 8월8일) 등 주간포커스가 정기적으로 개최해온 행사들을 7월과 8월 사이에 모두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사실 일년에 한번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주간포커스는 올해 이 많은 행사를 거뜬히 치렀고, 이는 동시에 포커스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포커스 직원들과 동포사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가는 우리 모두가 대견한 한 해였다. 우리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예외 없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집단 에너지가 분출되었고, 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때때로 서로를 욕하고 헐뜯지만, 대의가 필요할 땐 서로 응원하고 뭉쳤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아온다. 우리 모두 초특급 쓰나미와 같은 코로나와 경제불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준 자신의 의지를 칭찬하고 다독여 주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더불어 많은 행사로 올해 유독 고생을 많이한 포커스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동포 여러분, 올 한 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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